"더 가면 다 죽어"…中 '빅테크 때려잡기' 2년 만에 끝낸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06.0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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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 조사 끝으로 규제 풀기로,
1년 7개월 지속한 옥죄기 마무리 수순…
"다 같이 잘살자" 명분 무색, 경제 '빨간불'…
3연임 앞둔 시진핑 주석 정책 변화 의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중국 당국이 2년 가까이 전방위 압박해 온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핵심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 동력을 잃고 휘청이자 다급하게 정책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트럭공유업체 '풀트럭얼라이언스(만방그룹)', 구인·구직 플랫폼 운영사인 '칸준' 등 3개 기업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 상장해 중국 규제 당국의 눈 밖에 난 곳들이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해 7월 데이터 안보 위험을 이유로 이들 기업에 대한 안보 심사에 착수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들 기업을 퇴출하는 방식으로 이들 업체들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 기업으로부터 회사 지분과 경영관여 권한을 약속받고 신규회원 모집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마윈의 입'이 부른 나비효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 AFP=뉴스1마윈 알리바바 회장 /ⓒ AFP=뉴스1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시작된 건 지난 2020년 11월부터다. 금융당국과 관련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에 대한 '괘씸죄'가 IT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부른 계기가 됐다. 당시 마윈은 "중국 금융당국은 담보를 들고가야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영업에 머물러 있다"며 "혁신을 모르는 꼰대들은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이후 알리바바는 당국의 '매운 맛'을 봐야했다. 공모주 청약에 무려 2조8000억달러(3520조원)가 몰린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데 이어 반독점 위반 혐의로 182억위안(3조4300억원)의 벌금을 추징당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핀둬둬, 검색 플랫폼 바이두, 음식 배달플랫폼 메이투안,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콰이서우 등 10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도 인민은행에 소환돼 금융 당국의 조치를 모두 수용하고 시정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음 타깃은 디디추싱과 풀트럭얼라이언스, 칸준 등이었다. 중국 당국의 암묵적 경고를 무시한 채 뉴욕 상장을 강행한 이들 업체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위)와 텐센트(아래) 본사 전경/ⓒ AFP=뉴스1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위)와 텐센트(아래) 본사 전경/ⓒ AFP=뉴스1
"공동부유" 외쳤는데 "공동가난" 찾아왔다
"더 가면 다 죽어"…中 '빅테크 때려잡기' 2년 만에 끝낸다
'공동부유'를 기치로 내세워 1년 7개월째 이어진 서슬 퍼런 규제 방향타에 변화가 온 것은 주가가 과도하게 빠지는 등 경제 이상 신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대표 기술주를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는 6일 현재 4601.95로 당국의 IT 규제 초기인 2020년 11월 초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2월 중순과 비교하면 낙폭이 60%에 달한다.

개별 종목 주가도 폭락했다. 지난 2020년 11월 뉴욕 증시에서 300달러를 웃돌던 알리바바 주가는 현재 100달러를 밑돈다. 빅테크 규제가 시작된 이후 주가가 68.1% 빠졌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한 때 700홍콩달러에 달했던 주가가 360홍콩달러로,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경우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53달러로 주저 앉았다.

문제는 이들 종목의 가치가 수천조원 증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실적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알리바바는 올 1분기 162억4000만위안(3조원)대 순손실을 냈다. 실적 악화는 텐센트·알리바바 등 주요 IT 기업들이 직원의 10~20%를 줄이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불렀다.

"더 가면 다 죽어"…中 '빅테크 때려잡기' 2년 만에 끝낸다
"기강 잡았으니, 이쯤에서"…월가도 긍정평가
 지난 2018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정책 40주년 기념식에서 알리바바 마윈 회장(오른쪽)과 텐센트 마화텅 회장(왼쪽)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018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정책 40주년 기념식에서 알리바바 마윈 회장(오른쪽)과 텐센트 마화텅 회장(왼쪽)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미·중 패권 다툼 속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도 IT 대기업에 강경했던 태도를 바꾸는 배경이 됐다.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를 목표로 세웠지만 엄격한 코로나 봉쇄정책 등 영향으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류허 부총리에 이어 최근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장 등 고위 관리들이 빅테크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도 시 주석의 의중을 반영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당국이 '빅테크 기강잡기'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만큼 이쯤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중국 관리들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이후 빅테크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사실상 제로 수준에 도달했고, 고위 관리들의 우려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빅테크 관련 규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 로이터=뉴스1 중국 당국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빅테크 관련 규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 로이터=뉴스1
월가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최근 중국 빅테크 기업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올 3월 중순 이후 중국 당국의 정책 전환이 기업 규제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폐지 위험성을 줄였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중국 증시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 회사 주식전략가 로라 왕은 "펀더멘털은 튼튼하지만 그동안 과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에 집중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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