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밭에 복분자 심으면 연매출 1억" 귀농 성공법 AI가 알려준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2.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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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트랜스파머 강용수 대표 "귀농·귀촌 돕는 AI 컨설턴트 시스템 구축"

트랜스파머 강용수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트랜스파머 강용수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던 박귀농(가명)씨는 3년 전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데리고 전라남도 나주로 내려갔다. 평소 꿈꾸던 전원의 여유를 즐기며 은퇴 후의 삶을 누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는 우선 허름한 농가주택을 구입해 헐어낸 뒤 새집을 짓고, 제법 큰 참외밭도 사들였다. 하지만 막상 맞닥뜨린 농촌생활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유일한 수입원이나 다름없는 참외농사로 벌어들인 돈이라고 해야 한 해 2000여만원이 전부여서 당장 생활이 궁핍해졌다. 지인 권유로 블루베리 묘목을 심어봤지만 돈이 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자니 그간 사들인 농기구들이 애물단지가 됐다. 헐값에 처분하는 과정에서 그만큼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김씨는 3년의 노력에도 끝내 농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도시로 유턴했다.

"이 밭에 복분자 심으면 연매출 1억" 귀농 성공법 AI가 알려준다
수많은 은퇴자들이 한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귀농·귀촌, 최근엔 이 대열에 40대 이하 젊은층도 합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매년 귀농인·귀촌인은 45만∼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어설프게 덤볐다간 박 씨처럼 낭패보기 십상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귀농인 10명 중 1명은 사업이 신통치 않아 농촌을 등지고 역(逆) 귀농한다.



귀농인들의 초기 실패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강용수 트랜스파머 대표는 정보의 비대칭·불투명 문제를 꼬집었다. "박 씨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에 살며 농사 짓고자 마음 먹었을 때는 나름 영농·경영 계획을 치밀하게 짜고 준비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보세요, 일단 농가주택이나 참외밭을 구할 때 적정가가 얼마인지 알기 힘들어요. 아파트처럼 호가가 나와 있지 않거든요. 요즘 나온 부동산앱(애플리케이션)들이 많다고 해도 듬성듬성 있는 농가주택이나 논·밭 가격은 공시지가만 알려줘요. 실제 거래가가 아닌 거죠. 사실 지금은 동네 이장이 부르는 게 값이예요. 그러니까 주변 땅 거래가를 모르면 턱없이 비싼 가격에도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강 대표는 트랜스파머가 농촌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해결할 'AI(인공지능) 컨설턴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트랜스파머는 빅데이터·AI 기술을 토대로 △농지 적정 가격 산정 정보 △지역별 최적 경작 작목 정보 △토지 구입 및 주택 신축 비용 등 기존에 얻기 힘들었던 귀농·귀촌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전국 농업을 돌며 '원가 강의'를 한다는 강 대표는 최고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2년 NH농협은행의 '1호 농업농식품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최근 '3억 귀농 농업 창업계획서'라는 책도 펴냈다. 그런 그가 트랜스파머라는 서비스를 개발, 전문적인 사업 타당성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농업을 대상으로 도전장을 내던졌다. 강 대표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별관에서 만나 어떤 서비스인지 들어봤다.

지역작목을 선택하자 연 매출, 순수익을 알려주는 트랜스파머 앱 화면 /자료=트랜스파머 지역작목을 선택하자 연 매출, 순수익을 알려주는 트랜스파머 앱 화면 /자료=트랜스파머
현재 베타 버전인 트랜스파머의 서비스는 대략 이렇다. 먼저 앱(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주소란에 '전라북도 김제시 제월동 000-00'를 입력하니 추정가가 평당 8만6000원이라고 안내해준다. 강 대표는 "2021년 공시지가, 전국 대다수의 부동산 정보를 확보한 세종감정평가법인의 자료 등을 기준으로, 유사한 토지거래 사례들을 학습한 AI가 추정값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뉴에서 과수 버튼을 누르고 블루베리를 택하니 1모작, 농지 구입, 경지면적 718.4평 조건일 경우, 연매출 약 3773만원, 순수익 약 2485만원이라고 표기됐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소득데이터 등을 학습한 AI 추정치다.


이 정도 수익으론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최근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귀농인들이 꼽은 역귀농 사유 1위가 '소득 부족'(37.8%)이었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트랜스파머에서 바로 옆에 위치한 밭 1800평을 합필할 경우와 복분자를 추가해 2개 작목을 재배하는 조건을 입력했다. 그랬더니 연매출은 약 1억3126만원, 순수익은 약 8646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처음 귀농·귀촌하는 분들은 자기가 어느 정도 크기의 땅에 어떤 작물을 길러야 할 지 잘 모르잖아요. 트랜스파머는 그런 걸 소상히 알려줘요. 나아가 토지매입비, 시설재료비, 자기자금, 융자자금 등 총 사업투자비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툴도 제공하죠. 귀농·귀촌하시면서 옆에 든든한 CFO(최고재무책임자) 한 명 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트랜스파머 강용수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트랜스파머 강용수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최근 농업은 농약을 뿌리는 드론·스마트팜 등으로 인해 장치산업으로 변했다. F&B 시장 발달로 농업시장 경영 패러다임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 트랜스파머는 향후 기존 230만 농업인들이 미래 농업에 적응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스마트팜 평수를 어느 정도로 잡고 투자하면 손익이 얼마나 날지. 그 추정 결과값을 미리 알려드리면 투자비를 조정해 내 처지와 희망하는 수준에 맞춰 사업계획을 잡거나 바꿀 수 있잖아요. 또 농가에서 배를 원상태로 팔 때와 배즙으로 짜서 팔 때 그 원가가 완전히 달라요. 리키드(액체)로 변환하면 일단 부가세 붙고 관리비에 특수포장비도 발생하니까요. 그러면 얼마나 배를 수확해야 이윤이 남을지, 혹은 배라는 작물이 채산성을 맞추는 데 적합한 과일인지 등을 따져보고 전략을 짤 수 있게 정확하게 컨설팅 해주는 서비스를 추가로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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