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명부 의무화가 잠정 중단된 25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출입구가 고객들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 초, 한 복합쇼핑몰 옆을 지나던 중 동행하던 친구가 내게 말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같이 쇼핑이나 해볼까' 싶던 찰나, 바로 앞의 출입구에 '폐문'이라고 적혀있는 걸 발견했다.
'폐문' 사인을 보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그냥 들어가지 말자"고 했다. 꼭 사야하는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먼 길을 돌아서 다른 출입구를 찾아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 방안에 따라 각 유통업체들은 관리를 위해 전체 출입구의 절반 수준만 열어 운영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전체 출입구 40개 중 50%인 20개만 열었고, 잠실 롯데월드몰은 32개 중 40%인 13개만 열어 운영했다. 여의도 IFC몰은 출입구 3개를 절반으로 쪼개 반은 입구로, 반은 출구로 사용했다.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이상 시행 시 대규모 점포의 출입명부 관리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8일 시험운영에 나선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방문객들이 안심콜, QR코드 등 출입명부를 작성한 뒤 입장하고 있다. 2021.07.28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막혔던 곳이 뚫린 만큼 자연히 고객들이 열린 출입구를 따라 매장 안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22일 복합쇼핑몰, 백화점의 방문객 수는 전주(지난 12~15일) 대비 늘어났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닫혀있던 출입구가 열리면서 평소 그곳을 지나다가 편안한 마음에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쇼핑몰 안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이 생겨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의 방문 고객도 소폭 늘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출입구가 열려있으면 소비자는 그냥 지나가다가도 매장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반대로 눈 앞의 출입구가 닫혀있다면 꼭 구매해야 할 상품이 있어 목적성이 뚜렷할 경우엔 멀리까지 돌아서 다른 출입구를 찾겠지만, 특별히 확실한 목적성이 없는 경우엔 매장 입장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는 이어 "일단 매장 안으로 고객이 들어오면 매출 증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기분전환 겸 매장을 둘러보던 고객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복합쇼핑몰이 고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그래도 업계는 출입명부 의무화 폐지 조치로 한시름 놓은 표정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기존에 보안요원, 청소 매니저 등이 돌아가면서 출입명부를 관리해왔고 추가로 인력도 충원했는데, 이제 이 같은 인력을 다른 곳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