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 헬스케어 텐가의 여성 셀프 플레저 브랜드 '이로하' 스틱 시리즈. /사진=텐가코리아
명품이나 화장품 카테고리 말고 좀 잘 나가는 상품 없느냐는 질문에 롯데면세점 관계자가 조심스레 이 같이 답했다.
국내 면세시장은 중국인 다이공(대리구매상) 위주로 재편된지 오래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전, 다이공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일반 관광객 매출이 급락한 현재 다이궁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와중 꽤나 선전하고 있는 상품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텐가, 우머나이저 등 셀프플레저(자위) 기구가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등 인기다"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어덜트' 카테고리에서 판매중인 상품군.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자위기구를 상품으로 입고했다. 그만큼 꽤나 파격적인 결정이다. 이는 한 부문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해당 부문장은 최근 성의식이 높아지면서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자위기구 인기가 많아지는 등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아 자위기구 입고를 추진했고, 이 같은 생각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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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은 자위기구 매출성장률이 매우 높은 나라다. 텐가는 6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하는데, 국가별 매출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2019년 기준 한국이 185%로 대만(51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텐가가 국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자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텐가는 최근 성인용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점차 개방적으로 변화한 것을 한국 매출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텐가의 ‘2020 대한민국 성인남녀 자위행위 실태조사’ /사진=텐가코리아
먼저 가격적 메리트다.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 기본적으로 '면세'가 되는 데다가 각종 쿠폰 등을 적용할 수 있어 훨씬 저렴해진다. 예컨대 텐가 플립제로 EV 상품의 경우 G마켓에서는 24만~28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롯데면세점에서는 17만원 남짓에 판매한다.
두 번째로는 대면해 구매하지 않아도 돼서다. 온라인면세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주문을 완료할 수 있다. 실제 텐가 고객들 중 98% 이상이 자위기구 구매시 오프라인 채널보다 온라인 채널 구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세 번째는 배송 부담이 적어서다. 온라인몰 등에서 구매할 경우 상품명에 '성인용품' 등이 적혀 배송될 위험이 있다. 상품을 가족이 받아 먼저 뜯어볼 우려도 있다. 하지만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 인도장에서 본인이 '직접'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면세점의 특수성에 따라 '완전범죄'가 가능해서다. 면세점에서 주문시 해외에 나가기 전 상품을 수령해 바로 출국하기 때문에, 주변에 자위기구 사용사실을 들키기 부끄러운 이들은 일종의 '완전범죄'를 꾀할 수 있다. 예컨대 일회용 자위기구를 수령해 해외에서 사용한 뒤 버리고 국내에 다시 입국할 수 있다. 실제 텐가에서 판매된 제품 판매 비중을 보면 일회용 상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회용 자위기구는 면세점 기준 2000원 내외로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고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기 위해 시도한 게 반응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