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아티스트를 아시나요?" '직장인 행복도' 결정짓는 건…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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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자신의 업무가 의미있다고 여기면 직장인 행복도 높아져… 이외 행복한 감정, 조직·상사 지원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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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아티스트를 아시나요?" '직장인 행복도' 결정짓는 건…
#얼마 전 한 유통업체를 다니는 친구가 하소연을 했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여전히 높은데 코로나19(COVID-19)로 영업환경이 나빠졌다며 올해는 늘 주던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성과급 미지급 등의 이유로 사내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최근 퇴사하는 이들이 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 롯데온을 다니는 이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롯데온의 전신인 롯데닷컴 시절부터 일해왔다고 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이 말이었다. 그는 "좋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 회사 다니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 롯데온이 롯데닷컴 시절부터 샤롯데봉사단을 운영하고,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입양 대기아동과 소외계층 대상자 등을 돕는 등 사회공헌을 해왔는데 본인이 여기에 참여하며 행복감과 삶의 의미를 느꼈다는 설명이었다.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직업, 회사, 삶 등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다. 언뜻 볼 땐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유로 퇴사를 결정짓고, 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유로 애사심을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사기를 진작시킬 때 직원들이 해당 회사를 떠나지 않고 충성심을 키우며 성실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유통업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 뿐만 아니라 온라인 TV홈쇼핑(T커머스), e커머스 업체들까지 급속 성장을 이루면서 각 유통업체들은 인재를 뺏고 뺏기는 전쟁 중이다. 이 중 직원 충성도가 높지 않은 업체는 '인재 유출의 산실'로 불명예를 안기도 한다. 2010년 T커머스가 빠르게 사세를 확장할 때 한 TV홈쇼핑은 T커머스들로 직원이 대거 이직하면서 'T커머스 이직을 위해 거쳐가는 곳'이란 오명을 썼다. 새벽배송 e커머스가 외형성장을 하면서 인재를 다수 뽑자 한 대형마트의 MD(상품기획자)들이 대거 이직한 사례도 있다.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일은 많지만 타사에 비해 연봉이 짠 곳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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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각사는 최근 직원들의 행복도를 높여 사기를 진작하며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성과급 규모를 늘리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유통업태 중 가장 인재 발굴·고용에 적극적인 건 e커머스 업계인데, e커머스들은 단순히 고연봉과 사이닝 보너스 등을 제시하는 걸 넘어서 자기계발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을 제공해주고 유연 점심시간과 휴가 자가승인제 등도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명칭을 바꿔 '업무 의미감'을 부여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서브웨이와 한국야쿠르트다. 서브웨이는 손님 주문을 받아 샌드위치를 만드는 직원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불러 그들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불어넣는다. 각기 다른 고객의 주문을 받아 군침이 돌 만큼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샌드위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직원들에게 '프레시 매니저'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명칭에는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며 고객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샌드위치 아티스트를 아시나요?" '직장인 행복도' 결정짓는 건…
실제 삼성경제연구소가 공개한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회사 내 분위기로 즐거움과 편안함, 웃음 등 '긍정 감성'이었다. 연달아 '업무 의미감'이 뒤를 이었다. 즉 자신의 업무에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직장인으로서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직의 탄탄한 지원 아래 리더십 있는 상사 혹은 협업을 잘하는 동료와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직장인이 행복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앞으로 기업들은 조금 더 '직원의 행복도'를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직원의 행복도'는 이제 더 이상 고용주나 노동자에게만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과도하게 낮추는 경우엔 '갑질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찍히곤 한다. 이렇게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 사례를 우린 수 차례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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