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각 당 대선후보들의 구체적인 입장이 확인됐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란 방향에는 모든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선 시각 차이가 크다. 특히 거대 양당 후보는 각각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탄소중립 사회 핵심 에너지원으로 지목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집중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공약 이행의 핵심 쟁점인 재생에너지 비용이나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새 정부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탈원전' 백지화와 원전 산업 육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후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제시했다.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김대중의 IT(정보통신) 도로에 빗댄 산업 구상으로 전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손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깔겠다는 구상이다.
탈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대규모 R&D(연구개발), 세제지원 등을 통해 탄소다(多)배출 업종의 산업전환과 공정효율화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기존 쇠퇴 산업 노동자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정전환펀드 등을 조성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약 추진에 필요한 소요 재원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반재정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후대응기금·온실가스배출권 관련 유상할당 전환 예산 등을 활용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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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준수하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의 즉각적인 재개를 포함 원전의 활용도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윤 후보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의 보조 수단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윤 후보측은 "태양광, 풍력 등 출력이 변동적인 재생에너지는 수소 생산과 전력거래 규제 완화,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2조2000억원을 할애해 재정지출시기 조정과 재량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세입 증대 예상분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전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안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과학기술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원전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혁신형 차세대원전(SMR) 기술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신한울 3·4호기는 즉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들 가운데 내세운 기후환위기 대응정책 추진을 위해 정부조직 개편에 가장 과감하게 나선 쪽은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함께 대대적인 부처 역량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를 신설해 국가 과학기술 혁신전략을 주도하도록 기획과 예산 권한을 대폭 위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에너지부 △우주전략본부 등 과학 관련 부처 신설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개편도 추진할 방침이다.
윤 후보는 답변서에서 구체적인 부처 조직 개편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위 설치를 공약한 바 있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하는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해 산업과 에너지의 융합전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