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내연기관차 종말 온다"…日 닛산, 엔진개발 중단 선언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02.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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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 개발 않기로, 日 업체 중 처음…
유럽에서 우선 중단, 中·日 등 점진적 적용,
2025년 환경규제 강화되면 수지 안 맞는다 판단

사진은 일본 요코하마 닛산 본사/사진=AFP사진은 일본 요코하마 닛산 본사/사진=AFP


일본 닛산자동차가 내연 방식의 가솔린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130년 이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온 내연기관차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 비해 전기차 전환 비율이 낮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보다 '엔진차 시대'가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유럽 시장용 신규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중국·일본 시장용 개발사업도 점진적으로 접는다. 앞서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업체가 가솔린 엔진 개발 중단 방침을 밝힌 적은 있지만 일본 완성차 기업 중에선 닛산이 처음이다.



닛산은 내연기관차로는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계산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5년 유럽에서 강화된 환경규제인 '유로 7'이 도입되면 새로운 촉매장치나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개발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전기차 개발비보다 비싼 것도 이번 결정 배경으로 꼽힌다. 내리막 길을 달리고 있는 내연기관차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닛산이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에서 순차적으로 접는다. 사진은 영국에 있는 닛산 생산시설. 보리스 존슨 총리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닛산이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에서 순차적으로 접는다. 사진은 영국에 있는 닛산 생산시설. 보리스 존슨 총리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닛산 측은 중국과 일본도 유럽의 배기가스 기준을 따라가는 추세여서 장기적 관점에선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최근까지 개발한 엔진을 개량해 가솔린 엔진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데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일정한 엔진 차량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신규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카(엔진과 모터동력을 조합해 구동하는 자동차) 전용 엔진도 계속 개발한다.



닛산자동차는 연간 5000억엔(5조2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관련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내연기관차 개발에 쓰였다. 내연기관 개발 인력도 전기차 모터, 하이브리드카 엔진 등 부문에 전환 배치한다.

"대세는 전기차" 환승하는 업체들…인력·자금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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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에 투입하던 인력과 비용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움직임이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6년부터 새 엔진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1885년 내연기관차를 처음 발명한 메르세데스벤츠도 더 이상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두 회사 모두 관련 인력과 비용을 전기차 사업에 투입한다.

도요타는 엔진 설계·개발 관련 조직을 그룹사로 이관하고 인력도 조정하는 조직 개편을 시작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R&D)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했다. 내연기관용 파워트레인담당 조직은 전동화개발 담당으로 개편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미래차 기술자 1만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8000명을 뽑는다.


닛산의 전기차 콘셉트카 '칠아우토'/사진=AFP닛산의 전기차 콘셉트카 '칠아우토'/사진=AFP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비교적 전기차 개발에 뒤처진 일본 자동차 업계는 경쟁적으로 속도를 올리고 있다. 도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개발에만 4조엔(4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닛산·미쓰비시·르노 등 3사 연합은 향후 5년간 3조엔(31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사업을 키운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승용차 판매량은 내연 방식 엔진차가 6750만대로 전기차의 15배에 달한다. 하지만 매년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오는 2033년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4698만대로 엔진차를 따돌리고 대세 차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LMC 오토모티브 측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엔진차보다 20% 많은 역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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