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직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왼쪽에서 두번째)와 출마했던 후보자들이 손을 붙잡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현재 일본 총리(왼쪽 첫번째)와 당시 신임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왼쪽 세번째). /사진=AFP
30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키자기 시게키 관방 부장관보를 수장으로 하는 세계문화유산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할 방침이다. 다키자기 부장관보는 한반도를 담당하는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 출신으로 한일 갈등 현안 실무에 능숙한 인물이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내 기타가와 선광장 터 (C) 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뉴스1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고, 다음달 1일 추천 마감 기한을 앞두고 관련 부처가 최종 추천 여부를 협의해 왔다.
한국의 반발 등으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심사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당초 올해는 보류하고 내년 이후로 등재 신청을 미룰 방침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올해 또는 내년 이후 중 어느 쪽이 등재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이냐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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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자민당 내 보수파의 압박에 하루 만인 28일 "한국 정부와 역사 전쟁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두 차례 통화한 뒤 결정을 뒤집었다는 뒷이야기가 잇따라 전해졌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등에 "한국이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이어 본인 총리 재임 당시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 탄광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과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연기한다고 사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5년 군함도 등재도 해냈다…이번에도 모두 나서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사진 왼쪽)와 아소 도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오른쪽)이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일본 측은 자국 입장에서 작정한 '사도 광산사', '조선반도 노무관리' 등 왜곡된 역사서를 기반해 유리한 내용들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는 거의 동일한 임금이었으며 수차례 상여금이 지급됐다", "무료 사택과 기숙사를 제공했고 쌀, 된장, 간장 등을 싸게 팔았다", "운동회, 영화감상회 등 오락 기회도 제공했다" 등이 대표적이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정·재·관계 인사들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적극 나설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는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방침이 확정되자 "정부, 지자체, 민간부문이 총력을 기울여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에 가능한 모든 것을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민당 보수의원들로 구성된 외교부회도 조만간 합동회의를 열고 기시다 총리의 결정을 지지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결의할 계획이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지 않으면 국가의 명예를 지킬 수 없다"며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민당 보수파가 정부 역사전쟁팀에 지원해 땀을 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 외교부회는 지난해 11월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사실을 비난하며 '독도대응팀'을 구성, "한국에 고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낸 정당 내 단체다.
韓 "즉각 중단하라" 강력 항의…주한 日대사 초치도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강행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초치되고 있다. 과거 일본 최대 금 광산 중 하나였던 일본 니가타현에 소재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함도(하시마 탄광)'와 함께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 중 하나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시기 1000~2000명의 조선인이 사도 금광에서 노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함도는 앞서 2020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22.1.28/뉴스1
외교부는 또 일본이 2015년 하시마 탄광(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원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장소를 일방적으로 등재 하려는 시도는 인류 공동의 유산 보존과 평화 증진이란 세계문화유산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유네스코와 국제사회에 이 같은 입장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