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웹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써 관심을 모으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사진제공=카카오웹툰
실제 tvN이 방영 중인 '지리산'은 300억원 이상, 올 상반기 인기를 모은 '빈센조'와 '시지프스'는 제작비 200억원대 드라마다. 앞서 K-드라마 물량공세를 자극한 넷플릭스는 '킹덤'에 200억원, 스위트홈에 '300억원', 글로벌 히트작인 '오징어게임'에 25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최근 상륙한 디즈니플러스도 유명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의 드라마 '무빙'에 총 5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제작사에 드라마 외주를 주면서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은 여전하다. 통상 확보할 수 있는 제작비는 5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 선판매로 충당해야하는데 사실상 배우의 티켓파워에 좌우된다. 결국 제작사가 스스로의 역량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PPL뿐인 셈이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대하사극이 사라지고, 퓨전사극이 늘어난 것 역시 PPL과 무관치않다. 대하사극의 산실이었던 KBS는 2016년 '장영실'을 마지막으로, 그마저도 24부작으로 제작한 이후 명맥이 끊겼다. 의상과 세트, 막대한 인건비 등이 투입되지만 PPL에는 제약이 큰 게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이른바 '타임슬립' 퓨전사극은 곳곳에 PPL을 배치할 수 있어 제작비 조달이 한결 수월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태조 이방원과 홍범도 장군을 소재로 한 대하사극을 만든다"며 대하사극의 부활을 알렸지만, 이와 동시에 수신료 인상을 피력했다. KBS의 기대와 달리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한 만큼, 가까스로 살아난 대하사극이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를 형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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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대로 된 제작비를 보장하는 게 PPL 논란을 벗어날 수 있는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심각한 경영난과 국내 OTT의 자금력 한계를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지난 9월 한국방송학회가 주최 토론회에서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나, 국내 OTT들은 그렇지 못한 여건"이라며 "국내 시장은 인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을 하거나, 사업자 간 협력을 통해 가입자 확대를 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