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 대표
'1조9548억원(A기관) vs 2조7818억원(B기관) vs 3조3000억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수치는 요즘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과 관련해 우리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2020년(과기정통부는 2019년) 시장규모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적게는 8000억원에서 최대 1조4000억원의 편차가 존재한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클라우드 시장은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으로 구분된다. 앞서 민간기관이 발표한 수치는 주로 퍼블릭 시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체 클라우드 시장에서 프라이빗 시장은 대략 20~25%를 차지한다. 따라서 국내 전체 클라우드 시장은 위 수치에 6000억~8000억원을 더한 규모가 맞는 셈이다. 또한 B기관 데이터가 A기관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것은 클라우드 하부 시장에 비즈니스 프로세스·보안·관리영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얻은 산업규모와 일반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시장규모는 나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정부가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한 산업자료는 매출구간별 기업들의 수나 인력 등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정책 수립에 유용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반면 민간기관이 분석한 시장자료는 기업들에 전략수립을 위한 실질적인 데이터로 제공된다. 각각의 목적에 맞게 조사함으로써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실태조사 수치와 민간기관이 분석한 수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 대한 정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핫이슈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이다. 메타버스 시장전망과 관련해 자주 인용하는 데이터가 있다. 2025년 전망과 관련해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700억달러, 컨설팅기업 PwC는 4700억달러,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8000억달러(2024년)라고 전망했다. 시장규모의 편차가 다른 신기술 시장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이는 잘못 인용한 사례다. SA와 PwC 자료는 메타버스의 핵심툴인 AR(증강현실)와 VR(가상현실) 시장을 합한 규모를 의미하는 것이지 메타버스 시장 그 자체를 전망한 게 아니다.
이외에도 신규 시장일수록 시장규모나 전망자료가 각양각색인 게 많다. 근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은 여러 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한 시장인 데다 적절히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각 기관이 발표한 시장데이터를 숫자로만 인식하지 말고 시계열적 경향을 파악하는 한편 수치 안에 포함된 다양한 의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