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메타버스 시장전망 '각양각색' 까닭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21.11.0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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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과 ICT(정보통신기술)시장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세부 시장 정의와 적용범위가 워낙 복잡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시장을 제대로 '앎'을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은 각종 기관이 발표한 시장자료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1조9548억원(A기관) vs 2조7818억원(B기관) vs 3조3000억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수치는 요즘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과 관련해 우리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2020년(과기정통부는 2019년) 시장규모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적게는 8000억원에서 최대 1조4000억원의 편차가 존재한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클라우드 시장은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으로 구분된다. 앞서 민간기관이 발표한 수치는 주로 퍼블릭 시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체 클라우드 시장에서 프라이빗 시장은 대략 20~25%를 차지한다. 따라서 국내 전체 클라우드 시장은 위 수치에 6000억~8000억원을 더한 규모가 맞는 셈이다. 또한 B기관 데이터가 A기관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것은 클라우드 하부 시장에 비즈니스 프로세스·보안·관리영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사방식도 영향을 준다. 가령 민간기관이 조사한 데이터는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면 정부 데이터는 클라우드 공급자를 대상으로 관련 매출을 합한 규모다. 즉 조사목적에 따라 조사대상, 조사방식이 다르기에 정부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결과 값이 달라진 것이다.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얻은 산업규모와 일반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시장규모는 나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정부가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한 산업자료는 매출구간별 기업들의 수나 인력 등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정책 수립에 유용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반면 민간기관이 분석한 시장자료는 기업들에 전략수립을 위한 실질적인 데이터로 제공된다. 각각의 목적에 맞게 조사함으로써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실태조사 수치와 민간기관이 분석한 수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AI(인공지능)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발표한 국내 AI산업 매출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6895억원이다. 반면 리서치 기관 IDC가 발표한 자료는 3500억~3600억원이다. 거기다 최근 한국신용정보원은 2020년 국내 AI 시장을 2조원이라고 발표했다. 기관별로 최대 5배 이상 편차가 난다. AI기술이 적용되는 시장의 범위와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도 다른 것이다.

시장에 대한 정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핫이슈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이다. 메타버스 시장전망과 관련해 자주 인용하는 데이터가 있다. 2025년 전망과 관련해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700억달러, 컨설팅기업 PwC는 4700억달러,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8000억달러(2024년)라고 전망했다. 시장규모의 편차가 다른 신기술 시장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이는 잘못 인용한 사례다. SA와 PwC 자료는 메타버스의 핵심툴인 AR(증강현실)와 VR(가상현실) 시장을 합한 규모를 의미하는 것이지 메타버스 시장 그 자체를 전망한 게 아니다.

이외에도 신규 시장일수록 시장규모나 전망자료가 각양각색인 게 많다. 근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은 여러 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한 시장인 데다 적절히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각 기관이 발표한 시장데이터를 숫자로만 인식하지 말고 시계열적 경향을 파악하는 한편 수치 안에 포함된 다양한 의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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