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이번엔 '철조망 십자가'로 교황을 감동시켰다

머니투데이 로마(이탈리아)=정진우 기자 2021.10.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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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0.30.[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0.30.


"첫 번째는 노동, 두 번째는 질병, 그리고 세 번째로 제가 택한 주제는 갈등이었습니다."

'구르마 십자가'와 '수녀복 베개'를 기획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던 박용만 '같이 걷는 길' 이사장(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번엔 '철조망 십자가'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박 이사장은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제가 몇 년 전부터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해 오고 있다"며 "이번이 세 번째 프로젝트인데, 3개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소위 부활이란 개념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에 동행했다. 박 이사장은 3년전(2018년 10월18일)에도 문 대통령의 바티칸 교황청 방문을 수행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바티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 후 선물을 보며 대화 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제공) 2021.10.29. *재판매 및 DB 금지[바티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 후 선물을 보며 대화 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제공) 2021.10.29. *재판매 및 DB 금지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했다. '평화의 십자가'는 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을 소재로 만든 것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상징한다. 박 이사장이 기획하고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제작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에 달한다"며 "그 철조망을 수거해서 이렇게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첫 번째 구르마 십자가는 동대문시장 근처에 거의 70~80년 이상을 쓴 수레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구르마라고 부른다. 그걸 활용해 십자가를 만들었다"며 "그것은 거친 노동에 대한 위로이고, 노동의 도구를 십자가로 부활시킨 프로젝트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는 평생을 기도와 헌신으로 보내신 수녀님들의 낡은 수녀복을 받아다 그걸로 치유의 베개를 만들었다"며 "평생 동안 남을 돌보고 기도를 하신 분들의 옷인데, 수녀복을 뒤집어 보면 속을 해진 것을 덧대고 덧댄 것이 또 해져 가지고 또 꿰매고, 보기만 해도 숙연해지는 그런 수녀복이다. 그걸로 치유 베개를 만들어서 불치의 병이나 난치의 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요구를 해 오시면 지금까지 제가 하나씩 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아픔 중의 큰 것 중의 하나가 대립과 갈등인데,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 중에 제일 큰 갈등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니까 역시 남북 갈등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남북의 대립과 갈등의 가장 큰 상징은 휴전선의 폐철조망을 활용해 십자가로 다시 부활을 시켰다"고 말했다.
[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티냐시오 디 로욜라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피터 턱슨 추기경과 한반도를 형상화한 전시작품의 LED 촛불 점등식을 하고 있다. 2021.10.29.[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티냐시오 디 로욜라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피터 턱슨 추기경과 한반도를 형상화한 전시작품의 LED 촛불 점등식을 하고 있다. 2021.10.29.
박 이사장은 특히 "저는 속으로 그동안에 쭉 준비를 하면서 이 십자가가 진짜로 남북의 평화에 시각을 바꾸는 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영상과 십자가가 거의 동시에 준비가 끝났다. 9월달쯤에 제가 그것을 (문 대통령께) 전해 드렸더니, 보시고 굉장히 좋으시다고 해서 오늘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교황님께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셨는데 저한테 악수를 하시면서 '이런 것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참 잘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 많이 해 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저한테는 더없이 큰 영광이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한편으로는 또 급해진 것도 사실이다. 교황님의 그런 생각을 저는 천주교인이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날 로마 산티냐시오 성당에선 평화의 십자가 136개를 활용한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도 열렸다. 평화의 십자가 136개는 한국전쟁 이후 68년 동안 남북이 각각 겪은 분단의 고통(68년×2=136)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티냐시오 디 로욜라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29.[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티냐시오 디 로욜라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29.
이날 행사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DMZ에서 임무를 다한 폐철조망을 소재로 활용해 분단 극복과 평화 염원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승화시켜 이를 통해 전 세계인과 공감한다는 의미로 기획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한 통일부와 권대훈 작가를 비롯한 우리 예술계는 그간 분단의 아픔, 전쟁과 갈등의 상흔을 간직해온 DMZ를 소재로 이를 극복하고 생명과 평화의 공간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평화는 가까이 있고 우리 옆에 있는데 설사 체제가 다르고 두 나라로 살아가더라도 총칼을 앞세우지 말고 평화 속에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로의 차이점도 평화 속에 차이점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평화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평화라는 플랫폼 위에 모든 일을 올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그런 생각이 이 십자가를 통해서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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