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저울질하던 마켓컬리, SSG에 추월당하나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8.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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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켓컬리/사진= 마켓컬리


새벽배송 1위 업체인 마켓컬리가 안팎의 문제들로 상장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빠르게 전략을 확정짓지 못하며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주관사 선정 등 계획했던 일정들이 일부 어긋나고 있다. 컬리 측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나 KB증권만 제안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곳으로는 제대로 된 상장 준비에 착수할 수 없어 주관사 선정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새벽배송 1위 업체로서 IPO(기업공개) 시장의 '대어'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마켓컬리로서는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46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지난해 9509억원으로 20배가량 끌어올리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던 마켓컬리였기에 상장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마켓컬리가 미국 상장과 국내 상장 사이에서 간을 보다 상장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는 당초 국내 상장을 준비했으나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외국계 증권사와 손을 잡고 해외 상장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상장을 막기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 지난달 국내 상장으로 확정했다.



문제는 컬리가 국내와 미국 사이를 저울질하는 사이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 관련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세를 늘려 국내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SSG닷컴도 조만간 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던 과거와 달리 마켓컬리 상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SSG닷컴이 IPO 시장의 대어로 떠오르면서 컬리의 상장 주관사 선정 일정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이해상충 문제로 동종업계인 SSG닷컴과 마켓컬리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SSG닷컴에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마켓컬리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연기한 것도 SSG닷컴 상장에 관심을 가진 증권사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컬리가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긴 했지만 적자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만 11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컬리에 가진 지분이 6%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마저도 상장 후 지분이 희석되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대로라면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마켓컬리는 목표로 한 내년 상반기 상장에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업체 간 중복 문제로 컬리가 일부 증권사를 사전에 배제하면서 증권사 한 곳에서만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상장 주관사 선정 일정을 연기하게 된 것"이라며 "외부적인 영향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내부적인 계획에 따라 상장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상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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