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데뷔 앞둔 '당근마켓', 2년새 몸값 10배 뛴 비결[이노머니]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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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당근마켓, 1800억 규모 시리즈D 투자유치...기업가치 3조 평가, 16번째 유니콘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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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데뷔 앞둔 '당근마켓', 2년새 몸값 10배 뛴 비결[이노머니]


중고거래 플랫폼의 신흥강자로 꼽혔던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이 출범한 지 약 6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입성을 앞뒀다.

7일 당근마켓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순 약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유치를 마무리한다. 예정대로 투자유치가 마무리되면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3조원 가량으로 뛰어 올라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이 될 전망이다. 2019년 400억원대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3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새 몸값이 10배나 뛴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금이 다 모일 이달 중순께 어떤 방향으로 투자금을 쓸 것인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당근마켓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지역 소상공인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이를테면 세탁 방문 수거 예약, 병원 예약 등을 비롯해 스마트폰 상에서 선물쿠폰 보내기를 지역 상품 중심으로 구성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니콘 데뷔 앞둔 '당근마켓', 2년새 몸값 10배 뛴 비결[이노머니]
◇당근마켓 단기성장 비결은=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신규 설치'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스마트폰에 신규 설치된 모바일앱 중 당근마켓이 570만건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 출신 창업주인 김용현, 김재현 공동대표가 세운 당근마켓의 전신은 '판교장터'였다. 2015년 7월, 판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거래 플랫폼이 시작이었다. 당시 '지역 기반'이란 콘셉트를 지향한 플랫폼은 IT(정보기술) 시장에서 드물어 적잖은 관심을 이끌었다. 이렇게 시작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원하는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면서 폭발적인 지역 기반 서비스로 자리를 잡아갔다.

당근마켓의 초반 성공 비결을 꼽자면 2가지로 요약된다. 당시 선금만 이체 받고 연락이 끊어지는 양심 없는 중고 물품 판매자들이 속출하는 등 기존 인터넷 카페 중심의 중고거래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외면을 받을 무렵, 당근마켓은 정반대로 큰 호응을 이끌었다.

먼저 당근마켓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해 동네 주민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이용할 수 있다. 거주지 중심 반경으로 6km 이내 동네 이웃들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권역)'의 지역 플랫폼을 목표로 했던 탓이다. 직거래 특성상 그 자리에서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거래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다시 볼 수도 있는 이웃과 거래하는 만큼 사기당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당근마켓 측의 설명이다.


또 당근마켓은 전화번호만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회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단기간에 빠르게 판매자·구매자를 확보했다. 이는 디지털 소외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당근마켓에선 이밖에도 불필요한 물품을 쉽게 처분할 수 있고 육아용품 등의 '나눔 활동'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다만, 한정된 지역 내 거래인만큼 찾고자 하는 물품이 아예 없거나, 연락처 교환 없이 채팅으로만 거래가 가능해 일방적으로 거래가 불발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당근마켓은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앱 중 가장 많은 실행 횟수와 가장 긴 체류 시간을 가진 앱이다. 당근마켓의 앱 사용자 1인당 월 평균 실행일 수는 작년 기준 8.6일로 주요 중고거래 앱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단순히 '거래'에만 집중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적인 성격도 지녔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당근마켓 '동네 생활' 탭엔 동네 생활 이야기, 동네 사건·사고, 동네 분실센터로 구성된 기본주제 게시판과 관심주제별 게시판이 있다. 이웃들이 동네 곳곳의 정보를 나누고 때론 물건을 무료로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지역 기반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원조 중고거래 앱인 '번개장터'나 '중고나라'를 제치고 2019년부터 중고거래 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다.

◇수익성 개선, 어떻게 풀지가 관건=현재 당근마켓의 수익모델은 동네 카페, 미용실, 휘트니스센터 등 지역 소상공인 광고뿐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즈니스모델(BM) 확대가 당면 과제로 꼽힌다.

당근마켓에는 '우리동네 서비스 더 찾아보기' 카테고리가 있다. 동네 안에 있는 다양한 업종 검색이 가능하다. 업계는 당근마켓이 이를 기반으로 한 O2O(Oline to Offline)나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번 투자를 계기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와 더불어 번개장터의 번개페이처럼 '당근페이'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근마켓 거래는 대개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현금을 주고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되고 모바일 페이 등으로 현금 쓸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에게 이런 결제 방식은 다소 불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번개페이는 번개장터에서 제공하는 에스크로 기반의 안전결제 서비스다. 사기 거래를 예방하고자 구매자가 결제한 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안전 거래 방식이다. 이는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춰야할 시스템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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