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이한주 공동대표(베스핀글로벌 대표)/사진=KIST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이한주 공동대표(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초기투자 심사에서 꼭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정답은 없다. 팔겠다고 해도, 안 팔겠다고 해도 가점이나 벌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3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를 위해 3000여개 기업을 면접했다는 이 대표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팔겠다"고 응답한다. 이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라고 물으면 머뭇거리기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물음에 의도는 창업 팀원 간 사업 목표와 비전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평소 경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있는 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시작하는 상황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먼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남의 돈을 받아 사업을 하려면 굉장히 구체적인 엑시트의 모습까지 상상해야 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팀원들과 함께 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무릇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고려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홍릉 강소특구 창업학교(GRaND-K) 강연자로 나선 이 대표는 '시장에 거대한 파도가 불면 주저 말고 올라타 도전하라'는 주제로 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자신만의 경영 비법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센터 서비스 업체인 '호스트웨이'(1998년)를 비롯해 인도 모바일광고업체 '어피니티미디어'(2006년), '스파크랩'(2012년),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베스핀글로벌'(2015년) 등 4개 회사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길러낸 연쇄 창업가다.
이 대표는 대학 동문 4명과 인터넷 서버를 고객에게 할당해주고 고객이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트웨이를 창업했을 때를 회상했다. 당시 생소한 사업으로 경쟁자는 미국 최대 통신사 AT&T와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신'으로 군림하던 IBM 등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됐다. 그러나 호스트웨이는 웹호스팅 사업을 일찍이 시작하면서 독보적인 전문성과 전 세계 인프라를 갖추면서 공룡 IT 기업들을 하나둘씩 따돌렸다.
"창업의 이유 중요치 않아…5년, 10년 뒤를 구체적으로 그려라" 저마다 창업하는 별의별 이유가 있다. 이 대표는 창업하는 데 거창한 이유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도 시카고 생물학 대학원을 중퇴한 뒤 호스트웨이를 창업했다"면서 "당시 하던 연구가 실패를 반복하면서 너무 하기 싫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 하는 일이 싫어서 창업해도 상관없다"면서 "중요한 건 창업이 가져다줄 미래와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과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5년, 10년 뒤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호스트웨이의 10년 후를 상상했을 때 한 가지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다들 미국만 바라볼 때 해외로 진출, 전 세계 서비스 기반을 먼저 닦는다면 경쟁사들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50% 이상의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고 실제로 3년 뒤 우리가 그린 그림대로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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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신산업엔 무지…"무서운 건 큰놈보다 빠른 놈"14개국 14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단단한 입지를 자랑하던 호스트웨이에게도 회사 매각을 결정해야 할 '운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영업파트에서 '아마존에게 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계속 올라왔다"며 "알고 보니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1년에 1조원씩 들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개발해 왔고 우리가 아마존을 따라잡으려면 약 5조원 정도의 투자가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기술력 우위에서 밀릴 게 뻔해 보였다. 전전긍긍하던 중 뜻밖에 매도 타이밍을 맞게 된다. IBM과 HP 등이 AWS를 방어하기 위해 웹호스팅 업체를 높은 몸값을 치뤄가며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호스트웨이를 2014년 5억 달러(약 5595억원)를 받고 미국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그는 "웹호스팅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원조 격으로 비즈니스 모델은 같지만 AWS의 자동화·가상화 기술 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며 "IBM과 HP가 이를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존경하는 기업일지라도 그들이 신산업을 모두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말라"면서 "가장 무서운 건 큰놈들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빠른 놈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