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갈등조정 전문가 10년 만에 서울시 떠난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1.02.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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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시/사진제공=서울시


"우리나라 최고의 갈등 조정전문가가 서울시를 떠나는 것이다."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사진)의 사임을 두고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홍 담당관은 지난 2012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갈등조정담당관을 신설할 때 개방형 공모에 나서 채용됐다. 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 및 정책 중 갈등 소지가 있는 사업에 대한 선제적 갈등관리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홍 담당관은 임기는 오는 19일 끝난다. 갈등조정담당관은 사회혁신담당관 겸임체제로 유지된다. 4월 7윌 보궐선거 이후 직위 유지에 대한 결정권을 차기 시장 몫으로 남겨뒀다.

홍 담당관과 서울시의 인연은 10년이 됐다. 갈등조정담당관은 홍 담당관의 직책명인 동시에 조직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박 전 시장의 당선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생긴 갈등조정담당관을 맡았다.



홍 담당관은 대학에서 갈등 조정 관련 연구 활동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연) 갈등해소센터에서 이사로 활동했다. 갈등 조정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전 시장의 신설 부서 영입 인사 중 유일하게 서울시에서 일해왔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 당선 이후 외부 수혈 인사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갈등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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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갈등조정담당관의 손이 직·간접적으로 닿은 사업은 갈등 진단 체계가 정비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232건에 달한다. 갈등 진단 체계는 갈등이 생겼거나 예상되는 서울시 공공사업을 3개 등급으로 나눴다. 이 중 서울시 전체(1등급) 또는 여러 부서(2등급)가 협력해야 하는 갈등을 중점관리대상으로 관리한다.


갈등조정담당관은 또 △전문가 컨설팅에 의한 갈등대응계획 수립 △갈등관리 매뉴얼 및 백서 발간 △공공갈등 인식조사 자료집 발간 등으로 예방적 갈등관리도 진행한다.

홍 담당관의 성공적인 역할 수행에 대구·인천·경기·제주 등도 갈등관리 전담팀을 꾸렸다. 홍 담당관은 "도시행정 중 갈등을 예견하고 대응하는 시스템과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갈등을 잘 조정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인 사회갈등 관리를 위해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홍 담당관은 "한국의 사회갈등은 갈등의 장기화가 문제"라면서 "갈등영향분석이라는 절차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을 위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회적 갈등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각 지자체가 갈등을 제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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