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의 'AI 아카데미' 교육 장면/사진=ETRI
‘인구재앙’이라 불리는 첫 인구 감소가 현실로 다가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2만 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838명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른 건데, 정부 예상보다 9년이나 빨랐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에 해당한 시니어급 과학자들이 최근 2년간 대거 연구실을 떠난데 이어 앞으로 3년 이내 추가로 1000여명이 퇴직을 앞뒀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급속한 개편이 예고됐다. 이에 따른 미래 첨단기술 확보에 사활이 걸린 가운데 브레이크 풀린 저출산·고령화는 연구인력 부족 사태와 연구기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이정재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변화의 흐름에 맞춰 개인이 어느 정도 노력하면 됐으나, 최근에 기술 개발 속도나 범위를 보면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패러다임의 변화여서 개인 차원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과학기술혁신을 주도할 고급형 전문인력의 절대 규모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장기적 HRD(인적자원개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와 같이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HRD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경우, 연구자의 첫 성장단계인 포닥(Post-Doc·박사후연구원)에서부터 연구원, 최상급 보직자, 퇴직예정 연구원 등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생애 관점에서 연구자 경력개발을 지원한다.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원(CNRS)에선 연구자가 직접 기획한 주제로 ‘기술 테마학교’를 꾸려 운영한다. 국내 대기업들도 조직 발전과 연계된 HRD 개념을 최근 강화하는 추세며, 직원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환경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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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연연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 연구자 재교육 기능을 총괄하고 있지만, 공통직무교육에 비중이 많아 각 출연연 특징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인공지능(AI) 아카데미’처럼 일부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전문교육 과정을 별도로 개설·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재앙에 이어 ‘연구자 재앙’까지 겹치면 저성장의 나락으로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재직 연구자 역량 개발에 있어 이전과 다른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