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내 오염물질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경희의과학연구원 환경독성보건연구센터장) 연구팀이 지하철과 대기 중 호흡성 먼지가 우리 인체에 주는 영향에 관한 2건의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액포(주머니 모양의 세포기관) 내에 먼지 입자가 축적됐고 세포 내 칼슘 이온이 축적되면서 ‘세포 내 발전소’로 불리는 ‘마이토콘드리아’가 구조적·기능적으로 손상을 입었다. 또 세포 내 손상을 수리하는 과정인 자가포식(오토파지)신호도 중간 단계에서 차단됐다. 세포막 손상도 증가했다.
연구팀은 철 입자에 의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페롭토시스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페롭토시스는 세포 내 철분이 많을 때 세포가 죽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지하철 먼지를 세포에 주입하자 철분을 함유한 혈구 세포 단백질인 ‘페리틴’ 발현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우스(실험쥐)를 통한 실험 결과 폐 조직에서 육아종(육아조직으로 이뤄진 염증성 결절)이 생겼고, 폐 내에 조직 손상과 관련한 염증 매개 인자 농도가 증가했다. 아울러 주변 면역 세포 유입을 이끄는 케모카인 양도 감소했다.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보조 T세포에 비해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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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어 영장류 실험에선 먼지를 주입한 원숭이의 폐 조직에선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사이토크롬C 발현이 증가했고, 마우스에서 발견된 육아종성 병변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지하철 먼지는 외부 이물질에 대한 체내 면역반응을 감소시키고, 폐 내에 축적하며 조직 손상과 함께 만성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지하철 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승객의 건강 유지를 위해 지하철 내 환경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 연구팀은 대기 중 미세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우 성인의 폐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봤다.
박 교수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PM10)의 수용성 분획을 암컷과 수컷 마우스의 기관지를 통해 주입하고 13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염증성 조직 병변과 함께 세포 조성 및 세포 간 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발현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또 어미 쥐의 폐에 남아있던 미세먼지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도 관찰했는데 출산에 소요된 총 시간과 출산 수, 신생아 생존율(출생 후 4일), 성비 등이 변했다. 특히 최대 농도에 노출된 어미 쥐 8마리 중 4마리에서 사산이 발생했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어미 쥐의 폐 조직에서 저산소증 유도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했고, 이 변화는 사람 기관지 상피세포주를 이용한 기전 연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박 교수는 “호흡기를 통해 폐 내로 유입된 대기 중 미세먼지는 면역 항상성에 손상을 입혀 염증성 폐 질환을 유도할 수 있고, 저산소증을 유발해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들의 작용이 암컷과 수컷 쥐에서 다르게 관찰됐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환경적 요인에 의한 자가면역 질환 및 만성질환의 발생과정에 성별이 관계있는지 추가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