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팬들/사진=AFP
K팝 팬덤엔 '이름'이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A.R.M.Y)', 블랙핑크의 팬덤 '블링크' 등이다. 팬들은 하나의 이름 아래 단단한 '소속감'을 갖는다. 전 세계 다른 가수의 팬보다 K팝 팬덤이 잘 '조직화'하고, 하나의 메시지를 더 잘 공유해내는 배경이다.
이런 특성은 K팝의 세계화와 함께 '정치 참여'의 동인이 됐다. 올해 미국을 뜨겁게 달군 반反인종차별 운동 'BLM(Black Lives Matter)'에 미국 K팝 팬덤이 큰 목소리를 낸 게 대표적이다. 태국과 홍콩 반정부 시위에서 K팝 음악이 주제가가 되고, 팬덤을 중심으로 시위가 조직되기도 했다.
K팝 팬들/사진=AFP
BTS와 방탄소년단과 소속사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BLM 운동단체 측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팬덤 아미는 이 행보에 발 맞춰 27시간 만에 100만 달러 이상의 액수를 모금했다.
CNN은 K팝 팬덤을 두고 “지난해 SNS에 60억 건의 포스팅을 올린 소셜미디어계 가장 강력한 군대”라며 “이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미 시위대의) 예상치 못한 동맹군(unexpected ally)”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에 '노쇼'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유세 입장권을 샀다가 당일에 가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를 공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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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는 “K팝 팬들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해시태그를 빼앗아 인종 평등을 부르짖는 이들과 연대를 표했다”고 보도했고 NYT는 “음원 차트를 휩쓸고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을 화제로 만들어온 K팝 팬들이 이제는 미국 정치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반정부 시위 주제가 '다시 만난 세계'
홍콩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가방에서 떨어진 방탄소년단 캐릭터 인형/사진=Cheng Oi Fan Alex 페이스북 캡처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에 떨어진 BTS '굿즈'는 세계 아미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에 관심 갖게 했다. 10~20대 주축이 된 시위대는 소녀시대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주제가 삼아 부르며 결집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도화선이 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칠레에서는 정부가 시위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 빈축을 샀다. 칠레 내무부 보고서에선 K팝 팬덤이 시위 동참을 부추겼다고 명시됐다. 정부가 시위의 근본 원인을 스스로에서 찾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그만큼 K팝 팬덤의 영향력을 크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현지매체 라테세라는 "K팝은 정치와는 무관하다. 되레 어떻게 자신을 개발하고, 성취하고 열심히 일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점이 칠레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좋은 사회를 꿈꾸게 했다"고 평가했다.
K팝이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를 품진 않지만, 이들이 내는 메시지는 팬들로 하여금 결속감과 적극성을 공유하게 했고 이는 정치 참여의 동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K팝 팬덤이 젊고 디지털 지식이 풍부하며 정치적 관심이 높은 Z세대의 표본으로서 온라인 운동가로 진화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K팝 팬덤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효과적으로 디지털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들은 K팝 산업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고려돼야 하는 하나의 세력이 됐음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