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넣어도 겨우 2주…공모주 개인 배정 방식 손보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도윤 기자 2020.11.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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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국인에 집중된 공모주 부작용 커. 탄력적 상장제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현행 IPO(기업공개)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행 공모주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는 SK바이오팜 (83,400원 ▲100 +0.12%)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IPO 시장의 대어들이 잇따라 등장했으나 기관 투자자들만 돈을 벌었을 뿐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몫은 극히 적었다.



기본적으로 공모주 배정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 20% △개인투자자 20% △국내외 기관 60% 라는 공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된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카카오게임즈나 빅히트 같은 인기 기업의 경우 수 천 만원의 청약금을 넣고도 1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청약 증거금은 카카오게임즈 58조5542억원, 빅히트 (204,000원 ▼8,000 -3.77%) 58조4236억원이다. 지난 6월 IPO 공모 청약 증거금 기록을 세운 SK바이오팜(30조9899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증거금으로 낸 돈의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차등 배정되는 현재 공모주 배정 방식에 따라 개인 중에서도 소액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돈을 많이 낼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받기 때문에 고액자산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같은 인기 공모주의 경우 소액 투자자는 1주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청약증거금 없이 사전신청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보호 예수나 의무보유 확약으로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나 투자기회 측면에선 개인과 비교되지 않는다.


국내 IPO 시장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경직된 제도적 관행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IPO 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가 낮아 기관들의 참여가 중요했다.

아울러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에서 생각하는 적정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도 기관들의 역할이었다. 이 밖에 여러 이유로 공모주 배정을 늘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관들이 오히려 공모주 시장을 흐리는 부작용이 생겨났고,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크게 유입되면서 '안정적인 자금공급'이라는 역할도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IPO 기업의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적게는 100여곳에서 많게는 1400곳에 달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투자자문사, 벤처캐피탈 등 소규모 기관들이 크게 생겨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들도 인기종목에는 북새통이 터지고, 비인기 종목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잇따른다. 안정적인 IPO 시장의 운영과 무관해진 셈이다. 그러면서도 투자 메리트가 있는 유망 IPO 기업의 주식은 더욱 많이 받아간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유망기업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도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실제 투자 여력 이상의 물량을 주문하곤 한다"며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수요예측과 공모가 결정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공모주의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을 늘리고, 배정 방식에도 변화를 주려고 고민하고 있는 배경이다.

오세정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공모주 가격의 적정성, 공모주 배정 방식의 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업계, 금융당국이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공모주 배정수량과 방식을 좀 더 다양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주의 경우 시장상황이나 상장기업들에 따라 흥행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장 주관사와 기업들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어느때 보다 IPO 시장 투자열기가 뜨거웠으나 2~3년전에는 IPO 투자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며 개인투자자 참여가 급감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2018년 IPO제도개선에 코너스톤(공모가 확정 전에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방식) 도입이 강하게 논의됐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직된 제도를 고집하기 보다 시장상황에 맞춰 보다 다양하고 범위가 넓은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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