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회사야" 삼성맨 이 악물고 일하더니…"반도체 올해는 다르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4.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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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조수아 디자인기자/그래픽 = 조수아 디자인기자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가 위기 정면돌파에 박차를 가한다. 반도체 업사이클(호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지난해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벗어나고, 사업 혁신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부 부서에서는 자발적 근무 확대까지 도입하면서 '올해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사업부 일부 부서 구성원들의 근무 시간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 차원의 권고가 아닌 업무량 증가에 따른 업무 시간 확대다.



삼성전자는 자율적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어 자발적인 근무 시간 증가는 자연스럽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무 시간 증가는 최근 (반도체) 사업이 잘 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업무량에 따른 유동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S 사업부 내부에서도 예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도체 불황에 시달리던 2022년·2023년보다 초과 근무 시간이 늘고 업무량이 증가한 것에 대해 내부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DDR5(더블데이터레이트) 등 최근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첨단 기술 부서의 분위기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사업부의 올해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근무 시간 증가가 방증하듯 연초부터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메모리 등 수주량이 크게 늘었고, 고부가 제품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등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업황 회복의 영향으로 D램·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의 고정거래가격(ASP)도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상승 중이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부터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 6000억원의 1분기 실적을 거뒀다고 잠정 발표했는데, 업계는 DS 사업부에서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예측한다. 지난해 같은 분기 실적인 4조 5810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6조원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 넘게 쌓여 있는 반도체 재고도 차차 해소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내친김에 올해 흑자폭을 더 키우겠다고 나섰다. 최근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비상경영 체제'도 이같은 발상에서 도입됐다. 임원 주6일 근무제와 반도체 부문 임원 연봉 동결, 근무 강도 강화 등이 포함된 비상경영 체제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실적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거둔 14조 8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임무도 도맡았다.


삼성전자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에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올해 턴어라운드(업황 반등)에 대응하자는 의미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단순히 현재 경영환경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내외부 상황을 적극 주시하면서 반도체 시장을 능동적으로 주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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