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감각을, 사람에 안전을" 인기척 느끼는 로봇 만든다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0.11.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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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가보니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박찬훈 실장/사진=기계연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박찬훈 실장/사진=기계연


양팔 로봇의 손이 태블릿 액정부품을 잡아 본체에 45도 각도로 밀어넣는다. “딸깍” 소리가 나자 하던 행동을 바로 멈추고 반대쪽 모서리 부분을 낮춰 본체 안으로 슬며시 밀어넣어 끼운다. 지난달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공장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의 주요부품을 조립하는 ‘협동로봇’ 시연이 이뤄졌다.

로봇이 공정에 맞춰 힘을 알맞게 조절해 액정같이 충격에 민감한 제품을 파손 없이 잘 다루는지를 본 것이다. 이곳 책임자인 박찬훈 기계연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실장(책임연구원)은 “곧 로봇과 인간이 공장라인에 나란히 서서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사람의 입장에선 평범한 동작일지라도 로봇 공학자들에겐 감탄을 자아내는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태블릿에 들어갈 액정을 미세한 힘을 가해 조립할 수 있는 로봇/사진=류준영 기자노트북·태블릿에 들어갈 액정을 미세한 힘을 가해 조립할 수 있는 로봇/사진=류준영 기자
현재 조립공정은 협동로봇에 가장 난도가 높은 작업에 속한다. 사람으로 치면 숙련공 수준에 해당한다. 손가락 끝의 감각에 의존해 미세한 오차가 있어도 부품끼리 정확히 이어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센서 기술력과 미세할 정도로 힘의 세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상용화된 자동화 로봇으론 구현하기 어렵다. 연구실은 조립공정에 능수능란한 ‘로봇 작업자’를 5~10년 내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박찬훈 실장이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기계연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박찬훈 실장이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기계연
협동로봇 제작의 제1원칙은 모름지기 ‘안전’이다. 옆에서 함께 일하는 인간 작업자를 감지해 동작 범위를 알아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감각센서를 로봇에 입히는 연구가 최근 이뤄지고 있다. 기존 스마트공장에선 로봇이 다른 노동자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게 네모난 펜스 안에서 일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렇다 보니 로봇이 할 수 있는 작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로봇이 인간과 나란히 서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으려면 인간과 같은 감각을 가져 옆에 작업자가 있고 없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박 실장은 “사람이 다가오거나 로봇에 닿았을 때 멈추거나 피하는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로봇에 전신감각을 불어넣는 기술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현재 직경 15㎜가량의 ‘정전용량형 6축 힘·토크 센서’를 개발 중이다. 이 접촉센서는 사람으로 치면 손톱에 살짝 닿는 힘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이 센서를 부착한 반구형 판(로봇 피부)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컴퓨터 모니터에 어떤 물체가 어떤 방향에서 들어와 어떤 지점에 닿아있는지를 빨간색으로 상세히 표기했다. 손가락을 한 바퀴 돌리자 움직이는 패턴을 그대로 묘사한다. 박 실장은 “힘 전도도와 함께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하학적 패턴을 읽는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가락이 닿기 전에 알아차리는 비접촉센서도 연구 중이다. 이 두 센서를 로봇에 부착하면 사람처럼 전신감각을 갖추게 돼 인기척도 느낄 수 있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이런 센서는 수천만 원대에 이르지만 앞으로 수십만 원대까지 낮아지면 중견·중소기업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이 제작한 ‘로봇 옷’, 장애인이 일어날 때 스프링 다발로 만들어진 ‘인공근육’이 작동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사진=류준영 기자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이 제작한 ‘로봇 옷’, 장애인이 일어날 때 스프링 다발로 만들어진 ‘인공근육’이 작동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사진=류준영 기자
기존 모터가 아닌 스프링을 여러 개 다발로 묶은 ‘인공근육’ 개발도 한창이다. 스프링 하나가 인간의 근육을 구성하는 한 단위인 ‘근섬유’ 역할을 한다. 기계연은 최근 기존 모터 용량보다 높은 파워밀도 2.5kW/㎏의 형상기억합금 기반 인공근육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약 12g의 인공근육으로 10㎏의 무게추를 들 수 있다. 이 인공근육을 작업복을 제작할 때 활용하면 입기 간편한 ‘로봇옷’을 만들 수 있다. 전기가 가해지면 섬유 형태의 스프링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제2의 근육 역할을 해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박 실장은 “아직 원천기술만 확보한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연구하면 작업장뿐만 아니라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보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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