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재판 시작, 검찰 vs 삼성 핵심 쟁점 뭔가 보니…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10.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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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14일 오전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공항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14일 오전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공항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2일 오후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본격 시작된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부당한 지 여부와 이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가 과연 있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삼성은 합병은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고, 회계도 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이 단행됐고, 이를 위해 부정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재용 승계목적→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바이오로직스 옵션부채 숨기기→옵션부채(1조 8000억원) 반영→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우려→자본잠식 해소목적 바이오에피스 종속기업투자이익 과다계상(4조 8000억원)→바이오로직스 1조 9000억원 순이익’→'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리화'라는 큰 틀의 프레임을 짠 상태다.

◇1대 0.35 합병비율 쟁점=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인 1대 0.35가 적정한 것인가는 끊이지 않는 쟁점이었다. 다만 이 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방법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문제를 삼을 수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 정해 놓은 계산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종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주가를 산술평균해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비계열사간 30% 범위) 내에서 할증, 할인한 가격에서 합병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나 일성신약이 이 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을 어기라는 얘기다.

또 합병시기가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항변이지만, 제일모직 주주입장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합병시기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 재판부가 당시 적정주가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주가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테슬라의 주가 수준이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1000배를 넘어서는 상황을 고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 주가로 시장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주가의 적정성 여부는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합병 비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분식회계 있었나" 또 다른 의혹=또 다른 쟁점은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 여부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한 미국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 부채를 숨겼고, 이후에는 회계방식을 변경해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투자자산 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이나 회계전문가들은 옵션부채가 먼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옵션 행사 가능성이 발생하면서 투자자산이익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주장한 것처럼 먼저 옵션부채가 생겼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자산을 재평가한 게 아니라, 지배력 상실 가능성으로 회계기준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자산을 재평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투자이익과 옵션부채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회계전문 교수는 "옵션부채가 왜 생겼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면서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계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할 요인이 생겨 자산을 재평가하고, 투자주식손익을 장부에 기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적법한 회계절차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결국 누가 쉽게 설득하느냐가 관건=결국 이번 재판은 누가 더 쉽게 국민들에게 자신의 무죄를 설명하거나 유죄를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쟁점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도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명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계분식과 불법합병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시민들에게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어서다.

반면 검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도, 합병비율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도 상식이지만, 반기업 정서가 맞물리면서 일부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여서 삼성으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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