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했다면? "회사 문 닫을 일"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9.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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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이재용 기소]바이오에피스 옵션부채 논란, 투자주식 이익 따른 정상적 회계처리…분식회계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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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기업 삼성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검찰 주장이 100% 사실이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일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정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부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배임, 위증,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외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분식회계 등)를 적용했다.



이 논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 이하 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Biogen Therapeutics Inc.)이 2012년 2월 85대 15의 합작비율로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연구회사, 이하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검찰의 큰 주장부터 짚어보자.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이재용 승계목적→제일모직 합병→바이오로직스 옵션부채 숨기기→옵션부채(1조 8000) 반영→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우려→자본잠식 해소목적 바이오에피스 종속기업투자이익 과다계상(4조 8000억원)→바이오로직스 1조 9000억원 순이익’→'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리화'라는 스토리 전개를 짰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9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9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검찰, "삼성이 거짓공시·분식회계 했다" 기소=지난 1일 발표한 검찰의 기소 보도자료에는 이 플로우를 입증하기 위한 몇 가지 문구들이 눈에 띈다. '2014년 거짓공시'라는 문구도 그 중 하나다.

검찰 보도자료엔 2015년 3월 공시한 바이오로직스의 2014년도 재무제표 주석에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 등에 악영향을 주어 합병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 권리 등 지배력 관련 합작계약의 주요사항인 행사가격, 만기, 주요 의사결정 동의권, 주총의결 52% 요건 등을 은폐해 거짓공시했다고 나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실질지배력에 변동이 없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담은 자료. 이 자료에서의 핵심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의 보유사실 자체가 아니라, 콜옵션의 행사 가능성 여부다. 이에 따라 지배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고, 2015년 이후에는 높아졌다는 게 큰 차이다./자료출처: 서울지방검찰청 보도자료 중.삼성바이오로직스의실질지배력에 변동이 없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담은 자료. 이 자료에서의 핵심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의 보유사실 자체가 아니라, 콜옵션의 행사 가능성 여부다. 이에 따라 지배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고, 2015년 이후에는 높아졌다는 게 큰 차이다./자료출처: 서울지방검찰청 보도자료 중.
검찰은 또 '2015년 분식회계'라는 문구에서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도 재무제표에 △콜옵션 부채(1조 8000억원) 계상으로 인한 △자본잠식 모면 △불공정 합병 논란 회피를 위해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구조가 2015년에 변동돼 지배력을 상실했고, 기존 연결회계 처리를 지분법 회계처리로 변경해 에피스 투자주식을 재평가하는 수법으로 4조 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정리하면 당시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15% 가지고 있던 바이오젠이 향후 바이오로직스로부터 50%-1주를 살 수 있는 △옵션조건(2018년 6월 만기)을 합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숨겼고, 이후 이 옵션의 부채 발생으로 △자본잠식 가능성이 생기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종속기업(바이오에피스) 투자이익을 부풀리는 4조 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회계 관련 유튜버들이 업로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깨부수기'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완전정복' 같은 영상들도 검찰의 이런 논리와 비슷하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11월 14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11월 14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시시때때로 바뀌는 '분식회계' 주장=이 논란은 원래 초기엔 2015년 바이오로직스 순이익이 갑자기 1조 9000억원이 생기자 진보시민단체 등이 이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합병이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바이오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옵션부채(1조 8000억원)와 종속기업투자이익(4조 5000억원) 반영시점(2015년말 사업보고서)이 합병비율 산정(2015년 5월)이나 합병주총(2015년 7월 )보다 훨씬 늦다는 삼성의 명백한 반론이 나오자 이런 주장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대신 내용이 바뀐다. 합병 이후 삼성이 합병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둔갑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 먼저인지 하는 사건의 시간별 흐름이다. 이번 검찰 발표나 금융감독원 입장도 사건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게 삼성과 그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2015년 회계기준 변경에도 회계처리상 자산과 부채는 같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사진제공=검찰청 보도자료 캡쳐2015년 회계기준 변경에도 회계처리상 자산과 부채는 같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사진제공=검찰청 보도자료 캡쳐
금감원은 1차 감리에서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를 연결기준에서 지분법 기준으로 변경한 것은 잘못이라며, 처음의 기준(연결회계)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재차 어떻게 바꾸는 게 옳은지 묻자 2차 감리에서는 처음(2012년)부터 지분법 기준으로 했어야 하며 2015년 이후에도 지분법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꿔 논란을 더 키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장을 번복했다기보다 1차 감리 때는 2015년 해당연도에 대해서만 조사해 회계방식을 바꾸는 게(연결기준에서 지분법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 옳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증선위가 2012~2018년까지 전체를 감리하도록 해 2차 감리 때는 더 폭넓게 본 게 1차 감리와의 차이다"며 "일부에서 이것을 마치 1차에서 연결기준회계로 보라고 했다가 2차에는 지분법 기준회계로 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어느 경우든 회계 기준을 바꾸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했지만, 1차 감리는 2015년에 '연결회계→지분법'으로 변경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이고, 2차 감리에서는 '2012년~2018년까지 지분법 회계를 따라야 했다'는 주장이어서 '입장번복은 오해다'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감사보고서./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감사보고서./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옵션부채는 투자이익보다 앞서 생길 순 없다"=이번 논란의 핵심은 'X'를 위해 'Y'를 했다는 순차적, 인과관계를 강조하면서 사실이 비틀린 측면이 있다.

이미 밝힌대로 검찰은 ‘이재용 승계목적→제일모직 합병→바이오로직스 옵션부채 숨기기→옵션부채(1조 8000) 반영→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우려→자본잠식 해소목적 바이오에피스 종속기업투자이익 과다계상(4조 8000억원)→바이오로직스 1조 9000억원 순이익’→'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리화'라는 큰 틀에서 분식회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바이오로직스 회계는 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인한 '지배력 상실 가능성'이 출발점이다. 그 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투자이익과 옵션부채, 순이익 발생 등 회계 과정에 '지배력 상실 가능성'이 영향을 미친 것인데, 여기에 동의하는 회계전문가들이 많다.

검찰이 주장한 것처럼 먼저 옵션부채가 생겼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자산을 재평가한 게 아니라, 지배력 상실 가능성으로 회계기준을 바꿔야 하는 피치 못할 상황이 먼저 생기면서 자산을 재평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투자이익과 옵션부채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소재 한 대학 회계전문 교수는 "옵션부채가 왜 생겼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면서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계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할 요인이 생겨 자산을 재평가하고, 투자주식손익을 장부에 기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투자주식손익이 발생하면 이익이나 손실을 그대로 장부에 지분법적용 투자주식(위표의 4조 8000여억원)으로 차변에 기재하면 되는데, 이때 투자자산에 옵션이 붙어 있으면 투자주식이익 중 옵션을 가진 쪽에 줄 부채(옵션부채-당기손익인식금융부채, 위표 1조 8000여억원)를 대변에 기재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배력 상실의 위험이 없어 회계기준을 안바꾸면 당연히 종속기업투자이익도 안생기고, 그에 따른 비용(옵션부채)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옵션부채로 인한 자본잠식이 생길 일도 없다.

이런 과정은 실제 현금 이동 없이 장부상 숫자가 오가는 것으로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당기순이익이 1조 9000억원 가량을 부풀려졌다고 주장하지만, 재무제표에 영업이익 -2036억원, 영업현금흐름 -2655억원이 기재돼 감사보고서만 볼 줄 알면 누구나 영업상황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서울지방검찰청 보도자료자료=서울지방검찰청 보도자료
◇회계 순서가 달라지면 검찰 주장도 설득력 약해진다=전문가들은 회계학에서 재무상태표 '대변'에 부채가 발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차변'에도 자산이 기재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이는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동시성을 띤다. 뒤이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일과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재무상태표의 대변에는 부채로 기입하고, 동시에 내 주머니에는 그 부채에 상응하는 만큼 돈이 들어온다. 그 돈은 차변에 현금성 자산으로 기재하면 된다. 만약 이 돈으로 공장을 지었으면 유형자산으로 기재한다.

2015년말 바이오로직스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차변인 자산부문에 '지분법적용투자주식' 4조 8375억원이 기재되고, 대변인 부채부문에 당기손익인식금융부채(옵션부채) 1조 8204억원이 기재됐다.(위 사진 참조)

자산재평가로 투자주식 이익에서 옵션 행사자에게 앞으로 줘야 할 비용만큼을 뗀 것이 옵션부채다. 옵션부채는 투자이익의 종속변수인 셈이다.

투자이익과 옵션부채 2가지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투자이익만 하나만 발생한다. 왜냐면 투자손익이 마이너스이면 옵션을 행사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옵션부채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옵션부채가 생겨서 그것을 막기 위해 투자이익을 계상했다는 검찰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익이 생길 것 같으니 옵션(선택권)을 행사하려는 것이고, 옵션행사에 대비해 회계장부에 옵션부채를 기입한 것이다.

반면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은 2012년 합작 때부터 옵션부채만을 반영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옵션 행사 전후 지분변동 구조/자료출처=서울중앙지검 보도자료 중.콜옵션 행사 전후 지분변동 구조/자료출처=서울중앙지검 보도자료 중.
검찰과 금감원은 "2012년 계약 당시나 2015년 상황이 바뀐 것이 없는데 바이오로직스가 회계방식을 변경해 투자주식이익을 반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2012년 이후 지분법 평가 회계기준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합병할 당시부터 반영할 계정항목이라는 이들 주장이 맞다면 이는 옵션부채가 아니라 그냥 부채이고, 바이오젠이 옵션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옵션은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할 수도 있고,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다. 이 때문에 '상황이 바뀐 것이 없다'는 검찰과 금감원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립 초기부터 옵션행사 가능성이 있었다면, 아마도 바이오젠은 옵션이 아니라 옵션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초기 유상증자 주식을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 주장대로 2012년 합작 당시에 옵션부채만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 때 에피스 기업가치는 2015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R&D 성과가 본격화된 2015년 회계변경 당시 5조 3000억원보다는 아무래도 가치가 낮아 옵션부채 규모도 1조 8000억에 못 미쳤을 것이다. 추산이 쉽지는 않지만 이 때도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잠식 상태는 아닐 것으로 회계전문가들은 본다.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 가치 커지자 불가피하게 회계기준 변경=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이유로 들지만, 삼성은 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의사표명 레터’를 수신한 것이 2015년 10월이다. 또 바이오에피스의 류마티스 관절염 자가면역치료제 ‘베네팔리’가 EU의 승인을 받은 게 2016년 1월이다.

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4월 신고한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연결종속회사를 지분법 관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아래 사진 참조)

2016년 3월말 공시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중 지배력 상실에 따른 회계방식 변경과 그에 따른 영향을 담은 내용/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6년 3월말 공시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중 지배력 상실에 따른 회계방식 변경과 그에 따른 영향을 담은 내용/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인 베네팔리는 2015년 9월 국내 허가를 받은 바이오에피스의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와 같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이 연간 약 10조원 규모로, 승인받은 유럽 시장만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2016년 5월에는 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가 EU 승인까지 받았다. 항체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의약품으로 세계시장이 연간 9조원 가량인 제품이다.

에피스의 연구성과가 나타나면서 50%-1주를 싼값에 살 수 있는 옵션을 가진 바이오젠이 만기인 2018년 6월 이전에 이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를 삼정·삼일·안진 등 국내 3대 회계법인에 문의 후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판단은 콜옵션이 내가격(대상자산의 평가 가격이 옵션의 권리행사가격보다 높은 상태로 이익이 생기는 가격)을 형성한데 따른 것이라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에피스가 성과를 내면서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배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했다면? "회사 문 닫을 일"
옵션이 실제 행사됐을 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시장상황을 적극 반영해 기업 자율성을 보장한 우리의 국제회계기준(IFRS)과 미국식 원가주의 발생회계(US-GAAP)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미국 보수주의적 US-GAAP은 실제 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맞다. 발생주의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IFRS는 행사 가능성을 인지한 시점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회계방식보다 기업에 자율성을 더 준 것이 IFRS다.

바이오로직스가 경영권을 상실해 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IFRS에선 오히려 더 분식회계 소지가 있다. 위험을 인지한 시점에 위험을 숨긴 것이기 때문이다.

종속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관계 형태가 바뀌자 자산을 재평가해야 했기 때문에 보유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약 5784억원, 91.2%)에서 시장가(공정가치 약 4조 8086억원)로 재조정한 것이다.

자산재평가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는 경우뿐만 아니라, 관계회사가 종속회사로 바뀌더라도 마찬가지다. 종속회사가 보유한 주식이 있으면 그 주식을 시장가로 재평가하는 과정을 동일하게 거쳐야 한다.

이는 주식투자와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사경인TV' 운영자인 사경인 회계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바로보기'의 총 6개 동영상에서 계속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사경인 회계사는 “언론이 내용을 잘 몰라 종속회사는 원가로, 관계회사는 시장가로 투자주식을 평가한다고 오도하는 등 전체 흐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로직스, 옵션 '거짓공시'가 과연 법 위반일까?=통상 공시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공시를 할 경우 '허위공시'로 불렀던 것을 검찰은 이번에 시민들에게 더 와닿게 순우리말로 '거짓공시'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2014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49.9%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옵션(50%-1주)을 갖고 있다'는 걸 정말 공시하지 않았을까?

2015년 3월말 공시한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주석 28 항목에 포함된 바이오젠의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49.9%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 내용. 검찰은 이 공시가 상세하지 않았다며 '거짓공시'라고 기소했다./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5년 3월말 공시한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주석 28 항목에 포함된 바이오젠의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49.9%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 내용. 검찰은 이 공시가 상세하지 않았다며 '거짓공시'라고 기소했다./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찰 보도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49.9%의 옵션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공시했다.(위 공시자료 참조)

공시를 하긴 했는데 행사기간이나 금액 등을 제대로 공시를 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거짓공시라며 외감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사전적 의미로 거짓은 '사실과 어긋난 것.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을 말한다.

2014년 옵션 공시를 했는데, 부실하게 했다고 주장하면 '불성실공시'로 표현하고, 이런 위반에 대한 조치는 통상 공시위반으로 주의나 경고를 주는 것으로 조치하면 된다.

거짓공시라는 표현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없는 사실이나 있는 사실을 사실과 달리 하는 것을 허위공시라고 하고, 공시 내용을 상세히 제공하지 않은 경우는 불성실 공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했다면? "회사 문 닫을 일"
◇"회계 처리엔 문제 없다"...외부회계법인 3곳도 인정=사경인 회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바로보기'와 관련한 여섯편의 영상(종합정리편 포함) 말미에 "회계사 입장에서 볼 때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에는 잘못이 없어 보인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회계처리를 한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 문제다"고 했다.

사 회계사는 유튜브에서 "절차는 옳은데, 그 절차로 가는데 있어서 회계의 목적이 다른 의도가 있을 경우 분식회계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로직스의 내부 대응문건에서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 대응문건을 본 적이 있다는 한 관계자는 "일부 공개된 것 외에 자본잠식 우려에 대한 3가지 대응책과 관련된 문건의 전체를 보면, 회계 전문성이 떨어지는 내부 관계자들의 논의 가운데, 결론은 3곳의 회계법인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자산재평가(투자주식이익)의 방법이 정상적인 처리 방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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