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전쟁 이기는 우리의 길[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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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G2인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장비가 “고객의 정보를 중국 정부에 유출한다”며 이 장비 사용금지와 이 회사에 반도체 등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네덜란드의 ASML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중국 반도체 기업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에 납품하지 못하게도 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자 두뇌다. 정보화 사회에서 그 어느 나라도 반도체 없이는 살 수 없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산업을 미국이 새 전쟁도구로 쓰는 이유다.

 미국이 정보유출을 이유로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단말기에 시비를 거는 이유는 과거 자신들의 경험으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화웨이 문제를 산업적이거나 무역분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적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영국이나 독일 등 우방국과 함께 냉전의 적국은 물론 우호국들까지 감시해왔다. 그 수단이 통신을 가로채는 통신장비들이다.

 영국과 미국은 UKUSA(기밀정보공유협정)를 통해 이른바 에셜론(Echelon) 네트워크를 개발, 전세계 e메일과 팩스, 통신 등을 도청했다. 뒤이어 IT(정보기술)기업을 활용한 도감청을 시행해왔다는 폭로가 이어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계약직 기술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야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100여개 IT회사가 비밀감시 프로젝트 ‘프리즘’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정보기관으로 빼내는데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독일 공영방송 ZDF는 CIA와 서독 정보기관 BND가 스위스의 도감청 방지 장비기업 ‘크립토AG’를 비밀리에 소유하고 이 장비에 각국을 도청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한 사실을 폭로했다.

CIA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도청방지 장비라고 소문을 내고 각국이 사용하도록 분위기를 잡아 이를 구매한 120개 국가들의 기밀정보를 빼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이 장비를 써 미국으로 중요 정부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전력으로 볼 때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 및 반도체 기술력 강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세계를 감시하는 도구로 활용된 통신장비시장에서 화웨이가 지난해 5G 장비 1위로 올라선 데 대한 거부감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타국을 도감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를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절대적인 도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해석의 주체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고 한 니체의 주장처럼 강대국에 도덕은 선(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익한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LG유플러스 이름까지 들먹이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화웨이에 메모리 등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지난 22일에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방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넛크래커’(nut-cracker·호두를 까는 기구) 속 호두 신세가 됐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하고 그 역할은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나 LG전자, SK텔레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우리 IT기업들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는 줄이고, 반기업 정서를 걷어내고,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미중 갈등과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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