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선글라스·CD 등 DIY 관측기 총동원…131분 ‘태양쇼’에 홀리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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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한국연구재단김현수 과장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한국연구재단김현수 과장


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울산과학기술원 박태진 님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울산과학기술원 박태진 님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셀로판지 안경=KISTI 이식 박사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셀로판지 안경=KISTI 이식 박사
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표준연 홍석환 실장21일 일어난 부분일식 제보사진=표준연 홍석환 실장
아날로그 필름과 음악CD, 셀로판지 안경, 태양 필터를 덧댄 망원경, 선글라스 등 가정에서 구하거나 직접 설계할 수 있는 DIY(do-it-yourself) 관측기기는 죄다 동원됐다. 전국 각지 국립과학관에선 ‘랜선 관측회’를 일제히 진행했다.

21일 오후 3시53분(한국시간 서울 기준)부터 131분 가량 펼쳐진 태양의 검정 실루엣이 전 세계 사람들을 홀렸다. 우리나라에선 연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도 가장 긴 하지(夏至)에 해와 달이 교차하는 ‘부분일식’ 우주쇼가 장관을 펼치자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서쪽하늘을 주시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측은 “슈퍼문·블루문·레드문 등 서양의 천문문화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천문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았던 데다 다음 부분일식이 10년 후에 예정돼 있다는 점은 이번 ‘해품달’(해를 품은 달)의 최대 흥행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12월엔 예정된 개기일식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이 국내에서 관측할 수 있는 올해 마지막 일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부분일식은 4년여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앞서 2016년 3월 9일 부분일식이 있었다.
21일 부분일식 최대식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박사 촬영21일 부분일식 최대식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박사 촬영
이날 태양쇼의 절정은 오후 5시를 넘겨 펼쳐졌다. 태양이 달에 의해 반쯤 가려지자 확연한 부분일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문연에 따르면 일식은 2시간 11분만인 오후 6시 4분 끝났으며, 일식 면적은 태양 면적의 45%다. 이날 전국이 대체로 맑아 국내 전 지역에서 관측됐다. 제주도에서 해가 가장 많이 모습을 감춘 현상(일식 면적 57.4%)을 볼 수 있었다. 북동쪽으로 올라갈수록 가려지는 면적은 작아진다.

동유럽, 아프리카 동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달이 태양 전체를 가려 가장자리 태양 빛만 나타나는 ‘금환일식’을 볼 수 있었다. 금환(金環)은 금으로 만든 고리, 즉 금반지를 가리킨다.



과천과학관 관계자는 “이번에 대만에서 관측되는 금환일식은 달과 태양이 비슷해 잠깐 동안만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2075년 쯤에 금환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의 금환일식은 1분 정도 짧은 시간만 관측된 후 다시 부분일식 모습으로 돌아갔다.

일식은 태양, 달,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달에 의해 태양의 일부나 전체가 가려지는 현상이다. 해가 가려지는 정도를 기준으로 부분일식, 개기일식, 금환일식으로 구분한다. 개기일식은 해가 모두 가려지는 현상으로 국내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은 1887년 8월 19일이 가장 최근 사례이다.

한편, 이번 부분일식은 한국천문연구원, 국립과천과학관 등 전국 국립과학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등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실시간 방송과 오프라인 관측 행사를 진행했다. 과천과학관 측은 “이번 실시간 부분일식 생중계에 동시 접속자가 3만 명 이상 몰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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