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기업 5%만 유턴해도 일자리 13만개 생긴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4.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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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①-5]1류 국가에서 만드는 1류 상품의 경쟁력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의 5.6%만 돌아와도 일자리 13만개가 생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 7일 발표는 기업 유턴 정책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업종별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면 자동차 4만3000명, 전기·전자 3만2000명, 전기장비 1만명, 1차금속 1만명, 화학 6000명 등으로 추산된다. 생산라인에 직접 투입되는 노동력이 많은 산업일수록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크다.



리쇼어링 국내생산액 40조, SK하이닉스 하나 만드는 셈
"해외진출 기업 5%만 유턴해도 일자리 13만개 생긴다"


이 일자리 창출은 고스란히 경제효과로 이어진다. 국내생산액 40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나 현대모비스 같은 굴지의 기업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특히 전기·전자 부문의 국내생산 유발액이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경연은 2018년 11월 매출액 기준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이 결과는 추산치지만 실제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라는 게 정부와 학계의 평가다. 최근 국내 제조업계가 해외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 추이에서도 이런 결과가 직접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5~2015년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해외 고용인원이 53만2652명에서 162만4521명으로 100만명 이상 늘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연평균 10만명씩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했을 경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5년간 2411개사 본토 U턴, 일자리 26만개 창출
"해외진출 기업 5%만 유턴해도 일자리 13만개 생긴다"
기업 유턴 효과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미국 리쇼어링 기업 고용창출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총 2411개 기업이 귀환하면서 일자리 26만개가 창출됐다. 연평균 5만2514개다. 특히 2017년에는 유턴기업의 신규 창출 일자리가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14만9269명)의 55%를 차지했다.

이 중에선 애플이 2만2200개, GM(제너럴모터스)이 1만3000개, 보잉이 7700개 등으로 U턴 대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적잖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해운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벌어진 '고용 대란'은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제조업 위기→실업자 증가→가계소득 감소→내수 부진→제조업 위기 악화'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일자리 만들기가 시급하다. 하지만 정권마다 일자리 창출의 키워드로 추진했던 기업 유턴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하면서 최대 38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전망했지만 실제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800여개에 그쳤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해외 진출 대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며 "여기에 더해 세제 개선과 노동 개혁 등 과감한 사회적 합의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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