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 7일 발표는 기업 유턴 정책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업종별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면 자동차 4만3000명, 전기·전자 3만2000명, 전기장비 1만명, 1차금속 1만명, 화학 6000명 등으로 추산된다. 생산라인에 직접 투입되는 노동력이 많은 산업일수록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크다.
특히 전기·전자 부문의 국내생산 유발액이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경연은 2018년 11월 매출액 기준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5~2015년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해외 고용인원이 53만2652명에서 162만4521명으로 100만명 이상 늘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연평균 10만명씩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했을 경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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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5년간 2411개사 본토 U턴, 일자리 26만개 창출
미국 리쇼어링 기업 고용창출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총 2411개 기업이 귀환하면서 일자리 26만개가 창출됐다. 연평균 5만2514개다. 특히 2017년에는 유턴기업의 신규 창출 일자리가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14만9269명)의 55%를 차지했다.
이 중에선 애플이 2만2200개, GM(제너럴모터스)이 1만3000개, 보잉이 7700개 등으로 U턴 대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적잖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해운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벌어진 '고용 대란'은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제조업 위기→실업자 증가→가계소득 감소→내수 부진→제조업 위기 악화'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일자리 만들기가 시급하다. 하지만 정권마다 일자리 창출의 키워드로 추진했던 기업 유턴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하면서 최대 38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전망했지만 실제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800여개에 그쳤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해외 진출 대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며 "여기에 더해 세제 개선과 노동 개혁 등 과감한 사회적 합의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