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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불기소 권고' 총정리…그들은 왜 이런 결정을 했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심재현 기자 2020.06.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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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한 심의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2020.6.26/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한 심의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2020.6.26/뉴스1




지난 26일 밤 7시50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검찰에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이날 검찰 수사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피의자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의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그럼 이 부회장 사건은 어떻게 되느냐?"에 쏠린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스스로 기소 독점의 폐단을 개혁한다고 만든 제도다. 검찰이 이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따르자니 지난 1년 7개월간 수사가 난감해지고, 따르지 않자니 "그럼 수사심의위는 왜 만들었냐"는 비판이 부담스럽다. 도대체 검찰 수사심의위는 무엇인가? 여기서 결정한 사안이 왜 효력이 있고, 앞으로 검찰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그 이후 파장들을 '수사심의위' 관점에서 정리해본다.



Q1. 검찰 수사심의위는 무엇인가?

검찰 수사심의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단을 말한다. 검찰이 기소 독점 폐단을 개혁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2018년 만들었다.

전체 위원단에서 무작위로 15명을 선발해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이를 검찰에 권고한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전직 대법관 등 위원단의 구성 면면이 워낙 전문가 집단이어서 결정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 수사심의위는 왜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나?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심의에서 대부분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주장하는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 상 부정거래 △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 △외부 감사법 위반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심의에서 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적으로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수사 내용이 "사실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며 불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사심의위는 특히 이 부회장을 최초 고발한 참여연대 의견서도 참고했지만 심의위원 대다수의 판단을 바꾸지 못했다.

3. 불기소 권고에 전원이 찬성했나?

수사심의위 권고안 결정은 원래 만장일치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사건은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데다, 판단이 심의위원별로 나뉠 수 있어 다수결 표결에 부쳐졌다.

이날 수사심의위는 당초 양창수 위원장(전 대법관)이 주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위원장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맡지 않겠다며 회피했다. 수사심의위 공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이날 수사심의위 심의는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주재로 이뤄졌다. 심의는 1명의 심의위원이 불참해 총 14명이 참석해 진행됐는데 김재봉 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나머지 13명이 표결을 했다. 그 결과 10명의 심의위원이 '불기소 권고'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결과만 놓고 보면 10대3이다.

4. 수사심의위 결정에 검찰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수사심의위의 권고안은 반드시 검찰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만든 개혁 제도인 만큼 "따르지도 않을 것이면 뭐하러 각계 심의위원들을 불러 심의를 하게 하느냐"는 암묵적 의무를 무시할 수 없다.

올해로 3년차인 수사심의위는 지금까지 8번 열렸는데 검찰의 수용 의무는 없지만 검찰은 8번 모두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따랐다.

예컨대 2018년 4월 수사심의위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 노조간부들의 '불기소 권고'를 내리자 검찰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2019년 2월 아사히글라스 노동자 해고 사건 심의 때도 수사심의위가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기소 권고'를 결정하자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밖에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사건도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은 그대로 존중했다.


5. '불기소 권고' 이후 검찰 입장은?

검찰은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가 알려진 뒤 2시간 후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짧은 입장문을 냈다. 이 내용 그대로라면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고, 수사심의위 의견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기소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겉잡을 수 없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입장을 따르지 않는다면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경우 검찰 스스로 기소 독점의 개선을 역행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이래 저래 검찰은 수사심의위 '불구속 권고'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그만큼 수사심의위 제도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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