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텔' 노린 매그나칩 윈윈전략…"OLED 솔루션 승부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3.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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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출자펀드에 파운드리사업부 매각…주력제품 시장서 잇단 성과 수확

'제2의 인텔' 노린 매그나칩 윈윈전략…"OLED 솔루션 승부수"


"무거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덜어내면 성장성이 밝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과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 수 있습니다."

매그나칩반도체를 이끄는 김영준 대표이사(사진)는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배경을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더 성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다는 것이다.



매각 계약이 발표된 31일 서울 강남구 매그나칩 본사에서 만난 김영준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매각 뒷 얘기와 향후 사업 구상을 풀어냈다.

매그나칩은 이날 SK하이닉스(49.8%)와 MG새마을금고(50%+1주)가 각각 출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PEF)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대금은 고용승계 직원들의 퇴직충당금을 제외하면 3억4470만달러, 한화로 4200억원이다.



매그나칩은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했다. 김 대표 설명대로 파운드리 사업보다 주력인 OLED 구동칩과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이 두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까지 최근 4년 동안 각각 260%, 111%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이렇다 보니 2017년 52%에 달했던 파운드리 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9%로 줄었다. 반면 김 대표가 집중하려는 OLED 구동칩과 전력 반도체 부문의 매출 비중은 48%에서 61%로 껑충 뛰었다.

김 대표는 "전기차와 OLED 시장 성장세가 두 부문 매출 확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스마트폰 OLED 디스플레이와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IGBT(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칩 시장은 향후 4년간 각각 연평균 14%, 18% 각각 성장이 기대된다. 김 대표가 이 부문을 매그나칩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렇다고 파운드리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아니다.

'제2의 인텔' 노린 매그나칩 윈윈전략…"OLED 솔루션 승부수"
김 대표는 "파운드리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곳에 매각하고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OLED와 전력 솔루션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미래 성장에 주력하기 위한 윈-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패널업체를 보유하지 않은 논캡티브(Non-Captive) 중 세계 1위의 OLED 구동칩 공급업체다. 업계 최저 전력의 28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m)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OLED 구동칩을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한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장서 선보인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TV에도 매그나칩의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탑재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도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개발한 전기차용 반도체가 최종 관문인 1만시간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해 내년 하반기에는 본 생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대금 일부가 구미공장 생산라인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자금원이 된다.

파운드리 매각 작업이 최종 마무리되면 매그나칩은 반도체 설계·디자인 중심의 실리콘밸리식 알짜 기업으로 거듭난다. 제2의 인텔이 궁극적인 사업 모델이다. 매그나칩은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로 흡수된 LG반도체 일부 사업부에서 출발해 한국에 뿌리를 뒀지만 뉴욕 증시에 상장한 독특한 이력의 외국계 기업이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도 아니고 미국 기업도 아닌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한국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업체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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