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염병, 국내 유입 6개월前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4.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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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성 KISTI 박사팀, 韓 전염병 예측모델 개발

안인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안인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


“변종·신종 감염병 국내 유입 위험도를 6개월 전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에볼라,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은 WHO(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적 공중보건기관들의 발병 예측이 빗나가 피해를 사전에 막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WHO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감염병이 생길 지, 어떻게 대응할 지를 감염병 전문가 그룹을 통해 예측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다. 이번 코로나 19의 경우 위협 가능한 후보로는 거론됐지만, 최종 리스트엔 오르지 않았다. 이런 허점을 메우기 위해 의료계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감염병 확산 예측·예방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감염병 예측 연구가 일찍부터 이뤄지고 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소속 안인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팀이 ‘국가 간 질병 상관도를 통한 전염병 확산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안 박사는 지난 2013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빠르고 다양한 변이를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심플루’(SimFlu)를 개발해 주목을 받은 과학자다. 당시 안 박사는 전 세계 5만 6000여 개 독감 유발 바이러스 변종들에 대한 유전체(DNA) 서열들을 수집, 매년 변이되는 패턴을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안 박사팀의 전염병 확산 예측 시스템은 여러 국가에서 발생한 200여개 감염병을 분석, 우리나라와의 상관도를 따져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감염병 발생 패턴이 비슷한 국가들의 수년 혹은 수십 년 간 발생한 질병 데이터에서 패턴을 분석, 우리나라로 감염병이 전파되기 6개월 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변이를 일으켰거나 신종 감염병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안 박사의 설명이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나라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국내 메르스가 창궐하기 2년 전에 이미 유럽과 미국, 필리핀 등에 상륙했었어요. 우리나라와 관련 높은 나라에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도 높은 확률로 감염병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시스템을 디자인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 그는 우선 전 세계 감염병 발생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로메드(ProMED)에서 나라별 질병 발생 상관도 데이터를 추출했다. 이를 같은 특성을 갖는 나라들끼리 엮고 특정 변수들 상관 거리를 계산해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들을 한데 묶었다. 이후 질병들을 점수로 환산했다. 감염에 대한 정보가 차차 누적되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게 되면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해당 질병이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해온다.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현재 시스템 정확도는 약 76%로,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도 예측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검증단계이기 때문에 빠른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안 박사는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일단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면 세계 각국은 모두 자국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입니다. 우리의 보건의료 분야 자주권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기술력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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