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종 막을 ‘면역 철옹성’ …코로나 범용백신 언제 나올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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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이미지=김현정 디자이너코로나 19/이미지=김현정 디자이너


지난달 27일,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변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돌연변이로 인한 독성변화나 유전자 검사 오류가 일어날 우려가 아직 없다는 의미다.

모든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증식 과정에서 염기서열에 변이를 일으킨다. 이때 변이는 더 강한 전파력과 병원성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1996년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는 14년 뒤 치료제에 대한 저항을 지닌 변종의 위협을 받게 된다.



바이러스는 이처럼 변이를 통해 진화하기 때문에 기존 변이에 특화된 예방약물을 그대로 믿고 쓰기엔 한계가 있다. 의료·과학·제약업계는 바이러스 질환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용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맞춤형 백신 개발 효력 한시적인 이유
코로나 19는 돌연변이가 특히 잘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RNA(리보핵산) 바이러스 계열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 저장·전달·발현 기능 담당한 물질인 핵산과 이를 감싼 단백질 껍질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동물과 식물, 세균 등의 숙주에 침투해 숙주가 지닌 효소를 빌려 살고 증식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숙주)에 침투했을 때 숙주 세포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숙주 세포는 이전 학습된 경험을 통해 바이러스를 구별하고 맞선다. 하지만 이전에 본적 없는 바이러스라면 별 대응 없이 통과시킬 확률이 높다.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이 항체(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혈액에서 생성된 당단백질)가 자신을 걸러내지 못하도록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이유다. 이 같이 바이러스의 잦은 돌연변이 때문에 맞춤형 백신을 개발했다고 할지라도 약효가 한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전자현미경 촬영 사진 ©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 (NIAID-RML)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전자현미경 촬영 사진 ©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 (NIAID-RML)

변이율 낮은 부위 집중 공략…‘범용 백신’ 개발 집중
이런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특성은 새로운 개념의 백신 연구를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 변이율이 높은 바이러스를 정복할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최근 개발 시도가 활발한 ‘범용 백신’ 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에서 상대적으로 변이율이 낮은 특정 부위를 공략해 여러 변종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범용 백신을 개발하면 앞으로 출현할 다양한 바이러스 변형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표적 범용 백신이라고 한다면 매년 접종하는 독감 주사를 들 수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에 돌기 모양의 헤마글루티닌(hemagglunitin·HA) 단백질을 발현한다. 이는 숙주세포 수용체에 부착돼 세포 내로 침투하는 역할을 맡는다. HA 머리에 해당하는 단백질 부위는 돌연변이율이 높지만, HA 줄기 부분에 해당한 단백질 부위는 머리부위보다 돌연변이 빈도가 낮다. 따라서 이 부분을 활용한 범용 백신 R&D(연구·개발)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HA와 같이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이자 상대적으로 돌연변이율이 낮은 M2e(matrix protein 2 ectodomain)와 표면 단백질인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NA) 등을 활용한 범용 백신 연구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 의생명과학 연구팀은 NA, M2e 등을 기반으로 한 범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 19도 이론적으로 범용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코로나 19는 사스 바이러스와 유전적 구조가 79.5%로 거의 비슷하다. 코로나 19도 표면에 돌기처럼 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에 침입할 때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Angiotensin-Converting Enzyme II (ACE2))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에 대한 범용 백신 개발은 곧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변종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신약 개발 선진국인 미국은 코로나 19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면에 발현하는 나노입자를 이용,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범용 백신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범용 백신은 과거 사스와 메르스 발생 때 수집된 정보와 연구들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용 백신 개발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제약사의 투자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백신 개발까지 이르면 1~2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백신 개발이 이뤄진 시점엔 유행이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 또 보다 강한 내성을 지닌 코로나 돌연변이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액의 투자를 해야 할 제약사 입장에선 매번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 질환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수익성 측면 등에서 무리수가 따른 탓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백신 개발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범용 백신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였는 데 그간 연구에 큰 진전이 이루면서 최근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며 “멀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완성되면 주사 한 번으로 신·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날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숙주 면역 회피 기전 억제할 치료법 개발 병행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한 후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항바이러스 면역 작용을 회피한다. 주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면역 활성에 필요한 숙주 단백질의 역할을 방해하는 형태다. 이를테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비 구조 단백질’, 사스 바이러스의 ‘막 단백질’은 숙주세포의 세포질 내 바이러스 핵산(Viral RNA) 인식 수용체와 직접 결합해 면역신호전달을 방해한다. 이런 면역 회피 기전은 바이러스마다 서로 다르다.

이런 바이러스 면역 회피 기전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코로나 19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재 효소 기능이 없는 dCas9 (deficient Cas9)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발현되지 못하게 억제하거나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인식해 절단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바이러스 면역 회피·복제와 관련된 인자를 잘라 버리는 항바이러스 약물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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