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잘 익었나?” 칼로 안 잘라봐도 배출가스로 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2.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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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종흔 교수팀, 에틸렌 센서 개발

(좌측 상단부터) 무선 가스센서 모듈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과일의 숙성도 실시간 모니터링과 가스 감응 특성 및 사물인터넷과 결합된 센서의 스마트 파밍 모식도/사진=고려대(좌측 상단부터) 무선 가스센서 모듈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과일의 숙성도 실시간 모니터링과 가스 감응 특성 및 사물인터넷과 결합된 센서의 스마트 파밍 모식도/사진=고려대


덜 익은 바나나를 빨리 익히려면 바나나 아래에 사과, 키위 등을 두면 된다. 아래 위치한 과일에서 배출된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바나나 숙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감자를 사과와 같이 비닐에 넣어 보관하면 감자에서 싹이 자라는 것이 억제되는데 이 또한 사과에서 배출된 에틸렌 효과다. 이처럼 에틸렌은 씨앗의 발아, 꽃의 개화, 식물의 성장과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이종흔 교수 연구팀이 에틸렌 가스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센서는 과일 숙성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육류, 해산물, 생선 등의 보관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디메틸아민, 트리메틸아민 가스뿐만 아니라 실내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스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과일 숙성 정도는 다르다. 지금까지 과일 숙성도는 껍질의 색이나 촉감 등 개인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판단됐다.



바나나, 토마토, 애플망고 등과 같이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는 과일의 경우 숙성 정도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의 경우 색만으로 숙성정도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정도의 숙성상태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과일에서 발생되는 미량의 에틸렌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다.
(좌측부터) 에틸렌이 과일의 숙성도 및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중층 센서 모식도 및 선택적 에틸렌 가스 감응원리/사진=고려대<br>(좌측부터) 에틸렌이 과일의 숙성도 및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중층 센서 모식도 및 선택적 에틸렌 가스 감응원리/사진=고려대<br>
연구팀은 바나나, 애플망고,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 등 5가지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 농도를 개발한 센서로 15일간 측정했다. 그 결과, 과일의 숙성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무선 가스센서 모듈을 이용, 감지신호를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장치에 보내 과일의 숙성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ICT(정보통신기술)을 농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 기반 소형 센서로 미량의 식물 호르몬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대표적인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을 초소형화가 용이한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센서로 고선택적으로 검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식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식물에서 발생되는 에틸렌 농도를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모니터링할 경우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기술발전을 더 가속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파밍은 농사기술에 ICT를 접목해 하우스·과수원·축사 등의 생육환경, 토양관리, 질병진단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최첨단 농법을 말한다.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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