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충돌때마다 주식시장은 이랬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0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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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 "이란에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美 신규 일자리 급증, 8개월래 최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 AFP=뉴스1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 AFP=뉴스1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다. 1979년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미국의 비호를 받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미 대사관이 점거된 이후 40년간 수시로 충돌이 반복돼 왔다. 그럴 때마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 회복하길 거듭해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과거 미국과 이란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뒤 3개월 이내 뉴욕증시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평균 3%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개월 동안엔 평균 5.5% 올랐다. 양국간 군사적 긴장에 따른 충격이 대개 단기에 그쳤던 셈이다.



최근 전쟁 우려로 짓눌렸던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미국인 사상자 없이 끝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을 자제할 뜻을 밝히면서 양국간 전면전 위험이 누그러진 때문이다.

트럼프 "이란에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1.41포인트(0.56%) 오른 2만8745.0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장중 한때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뒤 15.87포인트(0.49%) 상승한 3253.05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0.66포인트(0.67%) 뛴 9129.24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모두 갈아치웠다.

아트 카신 UBS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우려를 다소 진정시키면서 주식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날 이란은 미군 주도 연합군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 내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군사기지 등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지난 3일 미국이 드론(무인기)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CNN 등 외신들은 파악된 미국 측 사상자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인 사상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란이 물러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사상 최고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강력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최고의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일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은 여러 옵션들을 계속 검토하면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들이 이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며 "우리는 중동산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츠의 스콧 래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늘날 상황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미국이 '셰일혁명'과 '에너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막강한 산유국이 된 만큼 중동 문제로 유가가 30∼40%씩 뛸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중동에서 전면전 발발 위험이 줄면서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09달러(4.9%)나 떨어진 59.61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 16일 이후 약 3주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9시46분 현재 2.12달러(3.1%) 하락한 66.98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는 점이 변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슬람성지 곰에서 대중연설을 통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갈겼다"면서 "그 정도의 군사적 행동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美 신규 일자리 급증…8개월래 최대
미국의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도 주가 반등에 한몫했다.

이날 민간 고용동향 조사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2월 민간 부문 신규 피고용자 수는 20만2000명으로, 전월 확정치(12만4000명) 대비 63%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만에 최대치로,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16만명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민간 부문의 신규 피고용자는 월평균 16만3000명으로 2018년 21만9000명보다 줄었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0.69포인트(0.17%) 오른 418.36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DAX지수는 93.35포인트(0.71%) 뛴 1만3320.18,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18.65포인트(0.31%) 상승한 6031.00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1.08포인트(0.01%) 오른 7574.93에 마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렸다. 이날 오후 4시28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은 전장보다 1.1% 하락한 1557.10달러에 거래됐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97.3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XM의 마리오스 하지키리아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시장이 전형적인 '위험회피' 행태를 보이다가 전쟁 위험이 줄어들자 갑자기 '위험선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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