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리가 "하이 볼리"라는 음성명령에 작동하기 시작해 삼성전자 직원의 뒤를 쫓으며 영상을 찍자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전날밤 기조연설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대표가 볼리를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쏠린 세계 언론과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국 BBC도 "삼성이 또 한번 당신을 놀래켰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글로벌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4년 전 삼성은 인공지능에서만큼은 중심에서 비켜난 느낌이었다"며 "볼리는 전세계 인공지능 업계의 시선을 삼성으로 향하게 할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사를 보조해 음식을 조리해내는 삼성봇 셰프 시연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로봇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가 프라이팬에서 채소를 볶다가 매콤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핫소스를 꺼내 뿌리자 관람객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올해 CES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을 찾아온 관램객들의 발길은 LG전자 (177,500원 ▼7500 -4.0%)로도 향했다. LG전자가 인공지능으로 가전제품을 연결해 가정집과 똑같이 꾸며놓은 'LG 씽큐 존'에는 하루종일 발디딜 틈을 찾기 어려웠다.
집 현관 같은 철문에 다가가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집 안 한쪽에 놓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세탁물의 재질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세탁, 건조하는 모습을 수많은 이들이 꼼꼼히 지켜봤다.
정의선 비전 2028에 세계시장 관심 후끈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하던 관람객은 정의선 현대차 (257,000원 ▼7500 -2.8%)그룹 수석부회장이 전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2028년이면 도심형 항공 이동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현대차 직원을 붙잡고 한참 질문을 쏟아냈다. 현대차가 내놓은 비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CES 데뷔 무대에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들고온 두산 (58,500원 ▲3500 +6.4%)도 세계 무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존 제품보다 비행시간이 최대 4배로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이 드론은 올해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는다. 일부 관람객은 전시관 내부라서 비행 시연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드론을 향해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SK그룹 전시관은 지난해보다 8배나 넓어졌지만 사뭇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알차다는 평을 받았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재원 SK (328,000원 ▼13500 -4.0%)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대거 현장을 찾은 그룹 임원진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방심하다간 순식간에 도태"…민관 힘모아야정부에서도 올해 CES에 나온 국내 업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처 장관으로는 2004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이후 16년만에 국내 기업의 CES 전시관을 찾았다.
올해 CES에선 삼성전자가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넓은 3368㎡(약 1021평) 규모의 전시관을 꾸리는 등 현대차·SK·LG (107,000원 ▼8500 -7.4%)·두산까지 5개 업체가 축구장보다 넓은 총 7279㎡의 전시관을 준비했다. 이들 대기업을 포함해 390개 업체가 태평양을 건너와 기술을 뽐냈다.
행사장을 찾은 한 기업인은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오늘 이만큼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는 기치로 정보혁명을 위해 똘똘 뭉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산업화 후발주자 시절의 처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최근 몇년처럼 규제에 묶여 허송세월을 하는 구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