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문제 첫 사과문 낸 삼성, "국민 눈높이 못 미쳤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2.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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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삼성전자·물산 공동명의 입장문, 재발방지 약속,…삼성 노사문화에 근본적 변화 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삼성그룹이 18일 노조 와해 의혹으로 임원들이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법리공방을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의 입장문에서 "노사문제로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발표문 자체는 짧지만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이 공동명의로 입장문을 낸 데서 이번 사건에 대한 무거운 인식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발표문의 핵심도 사과와 재발 방지에 찍혔다. 삼성이 노사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났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임직원들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공식 사과문을 낸 데는 법리를 따지기 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발표를 계기로 삼성그룹 계열사의 노사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한국노총 산하에 삼성전자 노조가 설립된 이후 첫 사측 입장이다. 삼성 계열사에서는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스원, 에버랜드 등에 노조가 설립된 상태다.

삼성이 노조 관련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인 준법감시 기능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재판뿐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뇌물제공 혐의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사건 등 '사법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연말 정기 임원인사까지 미루고 있는 만큼 내부 동요를 추스리고 새로운 각오를 세울 수 있는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린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주력분야인 반도체 시장이 1년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대 시점에 주요 의사결정체계에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삼성의 입장문은 전날 이 의장 등 임원들이 법정구속된 지 하루만에 나왔다. 이 의장이 예상치 못하게 구속되면서 내부에서도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전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가운데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이 중 7명을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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