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 2020'에서 13편의 논문이 채택돼 세계 기관 중 1위를 차지했다.
ISSCC는 반도체 집적회로 시스템 및 시스템 집적 분야 학회 중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꼽힌다. 1954년 설립돼 내년 67회째를 맞는다. 25개국 3000여 명의 학자, 연구원이 참여해 연구성과 및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한다.
돋보이는 성과 뒤엔 삼성전자 DS부문 수장인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특별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사업부뿐 아니라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등 전사적인 참여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우수 연구논문 저자에게 정기적으로 시상을 하는 등 김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연구활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것도 논문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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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SSCC 공식홈페이지.
실제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산 이전 수율 70% 정도 단계에서 신기술 개발 상황을 ISSCC에서 발표하고, 6개월에서 1년 후 제품을 출시하는 수순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 솔루션인 엑시노스 RF(Radio Frequency) 5500, 엑시노스 SM(Supply Modulator) 5800은 ISSCC 2019에서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후 상용화된 경우다.
논문 발표는 주로 해당 프로젝트 담당 수석이나 책임급이 하지만 논문에 사장 이름까지 들어갈 정도로 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공을 들인다. 미국 퀄컴에 이어 전세계 통신용 AP(애플리케이션) 시장 점유율 2위를 점하고 있는 대만 미디어텍은 ISSCC를 통해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4월 발표한 '반도체 2030' 비전도 이번 논문 성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올해 논문 제출에도 드러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논문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초격차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논문 발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2월 열린 학회엔 논문 총 609편이 제출돼 193편이 채택됐다. 한국의 논문은 총 24편 채택돼 미국(78편)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내년 학회 주제는 'AI 시대를 작동시키는 집적회로(Intergrated Circuits Powering the AI Er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