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삼성전자를 만든 말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10.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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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③1993년 이건희 '신경영' 선언 발판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11월1일)을 맞는다.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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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계열사 사장단 등 간부 200여명을 불러모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캠핀스키 호텔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훗날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발언은 당시 획기적인 것이었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삼성의 수장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조직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한 것이다.

1987년 2대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88년 3월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의 체질을 굳건히 다져 세계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단 비전을 세우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전개했다.



그러나 '국내 제일'이란 자만에 빠져있던 삼성에서 혁신은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우리는 자만심에 눈이 가려져 위기를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실제 당시 삼성의 제품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만 성공을 거뒀을 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이 회장은 1993년 2월 미국 LA를 시작으로 도쿄와 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진 해외시장 순방 투어와 회의를 떠난다. 미국 현지 유통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외면받는 삼성 TV를 목격하고 통탄했다. 또 출장 도중 당시 삼성 디자인 고문 후쿠다로부터 삼성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받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회장은 그해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양과 질의 비중을 5대 5나 3대 7 정도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아예 0대 10으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20년이 넘도록 '불량은 암'이라고 말해왔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등의 언급이 이때 나왔다.

당시 200여명의 임원들은 프랑크푸르트에 한 달여간 머물렀다. 이후에도 회의와 교육이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이어졌다. 약 6개월에 거쳐 1800여명을 대상으로 회의와 교육을 실시했다. 이 회장이 임직원들과 나눈 대화는 350시간에 달했고 이를 풀어 쓰면 A4용지 8500매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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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불량이 발생하는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 불량 무선전화 15만대를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 인사개혁 등이 실행됐다. 이 같은 '신경영' 혁신을 토대로 삼성전자 (82,300원 ▲1,500 +1.86%)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회장의 위기경영은 계속됐다. 1996년 4월엔 "반도체가 조금 팔려서 이익이 나니까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자만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영 10주년인 2003년엔 '천재 키우기'를 골자로 한 제2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2008년 7월 '삼성 특검' 문제로 법정에 섰을 땐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다시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될 것"이라며 눈물을 내비쳤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해선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역대 최고를 구가할 때였다.

이 회장은 같은 해 5월 향후 10년간 바이오·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에 23조원,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에 26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부터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주재한 회의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이는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차세대 디스플레이 13조원 투자로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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