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첩첩산중이다. 실적은 반토막 났고,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황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급기야 7월부터는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쳤다.
하지만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가 지난 50년간 쌓아온 위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1969년 설립된 이름도 생소한 동양의 한 작은 전자회사(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반도체,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을 앞세워 전 세계인의 집안과 손안, 생활을 지배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은 8년(2011~2018) 연속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TV는 2006년에 1위에 올라선 이후 13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D램은 27년, 낸드플래시는 17년간 1위를 수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기업 브랜드 가치도 올해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6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선 일본 토요타(7위)를 제치고 최고 기업이 됐다. 올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연간 매출액을 바탕으로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선 15위를 차지했다.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투자의 청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 달성'을 필두로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정하고 200조원이 넘는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변화도 감지된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미래 투자 목록에 상생과 청년고용·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기초기술 연구·교육격차 해소 등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포함 시켰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들었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삼성전자가 발빠른 혁신과 과감한 투자 등 기업가 정신을 살려 위기를 돌파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IT 분야에서 AI 등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대응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경쟁자에 비해 너무 느리다"며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경영권 방어 어려움, 경직된 노동시장, 높은 규제 장벽 및 세금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이 겪지 않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절체절명의 시기에 신시장 개척·성장동력 발굴 등 기업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