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상 첫 0% 회사채에도 뭉칫돈…"마이너스금리 심해질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0.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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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현재 단기정책금리는 -0.1%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AFP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AFP


일본에서 사상 첫 0% 금리의 회사채가 발행된다. 2016년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한 지 3년여만의 일이다. 일본은행은 이달 말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어 채권을 운용하는 시중 은행 및 보험 등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그룹에서 판매금융 등을 담당하는 도요타파이낸스는 오는 25일 금리 0%의 보통 사채를 발행한다. 3년 만기 200억엔 규모이며 발행 금리는 연 0.001%로 '제로'에 가깝다. 주요 선진국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고 있는 와중에 투자자가 직접 투자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회사채까지 제로 금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자 수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채 발행에는 발행액의 2배에 달하는 400억엔의 수요가 몰렸다. 일본은행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정기적으로 사채를 매입하고 있어, 발행 가격보다 비싸게 매각하는 매각 이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돈(당좌예금)의 일부에는 마이너스(-) 0.1%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현재 당좌예금의 금리는 -0.1%, 0%, 0.1% 세단계로 나눠져 있다. 이자수익이 없더라도 차라리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이달 말에 개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현재 단기정책금리를 -0.1%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3%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제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재차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금융완화의 확대로 경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선다면 단기정책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 시중은행 뿐 아니라 국민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연금, 생명보험 등의 운용도 어려워진다. 때문에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당좌예금 금리 3단계 중 플러스 금리의 적용범위를 늘리는 방안도 일본은행 안팎에서 언급되고 있다. 현재 3단계 금리 체제는 2015년 당좌예금의 평균 잔고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기준 해수를 2016년으로 바꾸면 플러스 금리 적용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행보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좌예금 조치는 시중 은행에 대한 보조금으로도 생각할 수 있어, 금융기관들은 (지원을 받는 대신) 오히려 고객에 대한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신중론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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