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내각 대거 물갈이… 결론은 아베의 '극우본색'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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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19자리 중 17자리 대거 교체
13명은 첫 입각… 우익 대거 포진
고노 외무상→방위상 자리 바꿈
고이즈미 전 총리 차남, 환경장관
한일 갈등도 지속될 가능성 커져

/그래픽=뉴시스/그래픽=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새 내각이 출범했다. 대부분 우익 인사와 총리 측근들이다. 특히 한일 갈등 국면에서 앞에 섰던 인물들이 각료진으로 구성되며 향후 양국 관계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일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제4차 아베 재개조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총 19명의 각료(대신·장관급) 중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2명이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 17자리가 모두 교체됐다. 이중 13명이 처음 입각해 첫 입각 규모로서는 2006년 아베 정권 1기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새 각료진은 이날 오후 3시30분 황궁에서 인증식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인사의 목적, 향후 정권 운영 방안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교체 인사의 규모만 놓고 보면 새 피로 수혈된 듯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도모다치(친구) 내각'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번에 처음으로 입각한 하기우다 고이치 신임 문부과학상이다. 하기우다 장관은 자민당 내 아베 총리와 같은 파벌인 '호소다파'에 속해 있을 뿐 아니라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에도 함께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인사로서 한국에 대한 보복성향의 수출규제 조치를 기획한 인물 중 한 명으로도 거론된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수차례 참배했고 아베 총리를 대신해 공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부과학성은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해 이번 개각으로 일본 교과서가 더 우경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기우다 장관은 개각 명단 발표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교육, 과학기술, 스포츠, 문화 모두 중요한 주제이므로 제대로 해나가고 싶다"며 "세상이 점점 변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아이들의 교육에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법무상에 새로 기용된 가와이 가쓰유키 장관 역시 아베 총리의 '외교 메신저'라 불린다. 장관 임명 전에는 자민당 총재외교특보로 활동하면서 미국 등 해외 인사들을 만나 일본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를 결정하자 그 즉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 정부 관계자로부터 지소미아 폐기 결정에 대해) 강한 충격이란 말을 들었다"며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등 국제 논의의 장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경화된 인물들이 전진에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더 험난해 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노 다로 전 외무상은 이날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인사 방침을 미리 전하며 "(이런 고노 외무상을 방위상에 앉히는 것은) 안보 분야의 각료로 나서 일본의 대(對)한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노 외무상의 후임으로는 미·일 무역협상을 통해 신임을 얻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경제재생상이 올랐다. 또 수출규제 실무를 관장하면서 아베 총리의 '입'으로도 불렸던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헌작업 등에 일조한다.

1억총활약상으로 처음 입각한 에토 세이이치 신임 장관은 지난달 방일 한국 의원들을 향해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다"는 '막말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총무상에 재입각한 다카이치 사나에 장관 역시 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온 인물이다.

한편 이날 고이즈미 전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은 환경상으로 첫 입각했다. 고이즈미 신임 장관은 수려한 외모와 38세의 젊은 나이, '(남성 의원으로서) 육아휴직을 가겠다'는 등 소신 발언으로 대중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를 제치고 차기 총리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명단 발표 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육아휴직 계획에 대해 "공무를 최우선으로 하되 위기 관리를 완전히 하고, 아내의 불안을 해소한다는 세 가지를 잘 조화시키려면 무엇이 가장 좋을지,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 무얼지 계속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일본 역대 내각 관료 중 세 번째로 젊다. 그러나 그를 기용한 인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본 내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마이니치신문의 요라 마사오 전문 편집위원은 개각 이후 기고를 통해 "고이즈미 입각에 눈길을 뺏겨서는 안된다"며 "결국 친구·우파 내각 색깔이 강해졌고 아베 1강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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