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노는 가고 '버럭왕'이 온다? 모테기 누구…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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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세계IN]
아베 일본총리, 11일 내각 단행할 듯
'한일 갈등 악화' 고노 외무상 교체설
모테기 후임 거론…'파워하라' 비판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사진=AFP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사진=AFP


오는 11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 외교의 얼굴, 즉 새 외무상(장관)으로 유력시되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64)에 관심이 쏠린다. 고노 다로 현 외무상은 악화된 한일관계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능력은 출중하나 인망은 전무…기자들도 곁에 가기 꺼렸다"=올해 3월에 일본 매체 '주간 문춘(文春·분슌)'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모테기 장관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문춘은 그에 대해 "과거 '파워하라 맨'으로 유명했다"며 "관료와의 협의 자리에서 자신과 박자가 안 맞아 자료를 넘기는 소리가 들릴 때는 '시끄럽다!'고 일갈하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파워하라(パワハラ)란 '권력(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로 일본 내에서 상사의 괴롭힘을 지칭하는 데 쓰인다.

문춘은 이어 "아침에 주로 기분이 언짢은 것으로 알려져 기자들조차 아침엔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며 "관료들이 긴장에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능력은 출중하지만 인망은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는 보도다. 예를 들어 젊은 의원들에게 밥을 사거나 예산 성립 때 고생한 당(黨)에 빵을 간식으로 넣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자와 접촉하는 방법도 달라져서 예전엔 '이용할 가치가 있거나 알아두지 않으면 뒤가 겁나는' 기자들과만 만났다면, 최근에는 직접 브리핑을 하러 기자를 찾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또 이전엔 설명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기자에게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반복해서 설명할 뿐 아니라 웃는 얼굴로 '이해가 갑니까?'라고 되묻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테기 장관의 변화가 보이는 가운데 문춘은 "(모테기 장관이) 참의원 선거 후 염원하던 외무상에 취임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일본에 많은 세습형 정치인은 아니지만 엘리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1955년생으로 1978년 도쿄대 경제학과를 나와 졸업 후 1992년까지 마루베니 종합상사, 요미우리신문 정치부, 글로벌 컨설팅 대기업 맥킨지 등에서 근무했다. 1983년엔 미국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공정책을 수료했는데 유학 시절, 토요타 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40회 중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해 정치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9선에 성공했다. 1999년 통상산업정무 차관, 2002년 외무 부대신을 지냈고 2003년 고이즈미 정권에서 과학기술상으로 입각했다. 이후에도 자민당 홍보 본부장, 정무조사회장, 경제산업상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경제재생상을 맡으면서 미·일 무역협상을 주도했다. 특히 지난 8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의 큰 틀을 마련하면서 아베 총리가 그의 수완을 높이 평가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6일 "아베 총리는 11일 개각에서 외무상에 모테기 경제재생상을 기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악화되는 한일 관계, 미·이란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중동 정세, 진전이 보이지 않는 북한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한 외교의 타개를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오른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테기 경제재생상/사진=AFP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오른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테기 경제재생상/사진=AFP
◇'아소파' 고노 다로 외무상의 거취는…=고노 외무상이 유임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진 않다. 일본 야권 등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의 책임을 지고 고노 외무상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지난달 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일 관계가)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부터 타협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위로부터의 시선' 특히, 고노 외무상의 대응이 한국을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는 상대방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데 너무 얼굴에 먹칠만 한 고노 외무상이 지나쳤다"며 "한일 관계를 어떻게든 하려면 외무상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은 정치 명문 출신의 전형적인 일본의 세습 정치인이다. 할아버지는 건설 대신과 농림 대신을 지낸 고노 이치로, 아버지는 관방장관·자민당 총재·외무상 등을 지낸 고노 요헤이다.

1993년, 위안소가 당시 일본군 당국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고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것이 바로 아버지 고노 요헤이 전 장관이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 자민당 내 파벌 중,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派)'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소파'에 속한다. 아소파란 아소 다로 현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파벌이다. 최근엔 파벌 내에서도 고노 외무상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춘은 "고노 외무상에 대해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불평이 있다"며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을 후계자로 낙점한) 아소 부총리는 고노 외무상을 (향후) 파벌 활동에만 전념시킬 의향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사진=AFP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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