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보다 안정성…분위기 변한 IPO시장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9.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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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사태 이후 특례기업 공모 줄줄이 쓴맛…실적 안정성 갖춘 기업은 흥행 성공 "양극화 뚜렷"

잠재력보다 안정성…분위기 변한 IPO시장


신라젠 사태 이후 IPO(기업공개) 시장의 기류가 바뀌었다. 촉망받던 특례상장 기업이 공모 과정에서 줄줄이 쓴 맛을 봤다. 반면 비교적 실적 안정성을 갖춘 중소기업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했다. 앞으로 이 같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수요예측에 나선 IPO 기업의 공모 성적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전반적으로 공모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일부 이익창출능력을 갖춘 기업에만 투자수요가 몰리는 형국이다.



최근 공모 시장에선 성장 잠재력을 갖춘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보다 현재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는 지난달 2일 신라젠 (4,020원 ▼105 -2.55%)이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발표한 뒤부터 공모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가라앉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적자 구조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특례상장에 나선 기업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바뀐 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지난달 1~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나노브릭은 신소재 개발 기업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수요예측과 청약 경쟁률은 각각 39.3대 1, 2.58대 1에 그쳤다.

이어 지난달 5~6일 수요예측에 나선 캐리소프트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인기 IP(지적재산권)의 가치와 사업 확장 가능성을 내세웠지만, 결국 흥행에 참패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캐리소프트는 사업모델기반 특례상장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29~3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라닉스 역시 자율주행 기술의 잠재력을 투자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은 51.6대 1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라닉스는 주관사 추천을 통한 성장성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대주 올리패스 역시 성장성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1.07대 1을 기록했다. 앞서 공모희망가밴드를 3만7000~4만5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따라 공모가를 밴드 절반 수준인 2만원으로 결정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육가공 회사 마니커에프앤지, 정수기 필터 회사 한독크린텍은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수요를 이끌어냈다. 두 회사는 나란히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라젠 사태 전까지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특례상장 기업이 대체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공모 흥행에도 성공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일반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들에 보다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특례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의 IPO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상장 주관사와 계약을 맺고 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일부 비상장 기업 사이에선 상장심사 청구 시점을 조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공모 시장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일부 수익 기회를 놓치더라도 부담스러운 투자는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시장 분위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당분간은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눈높이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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