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모 시장에선 성장 잠재력을 갖춘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보다 현재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는 지난달 2일 신라젠 (6,150원 ▲10 +0.16%)이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발표한 뒤부터 공모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가라앉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나노브릭은 신소재 개발 기업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수요예측과 청약 경쟁률은 각각 39.3대 1, 2.58대 1에 그쳤다.
지난달 29~3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라닉스 역시 자율주행 기술의 잠재력을 투자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은 51.6대 1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라닉스는 주관사 추천을 통한 성장성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대주 올리패스 역시 성장성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1.07대 1을 기록했다. 앞서 공모희망가밴드를 3만7000~4만5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따라 공모가를 밴드 절반 수준인 2만원으로 결정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육가공 회사 마니커에프앤지, 정수기 필터 회사 한독크린텍은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수요를 이끌어냈다. 두 회사는 나란히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라젠 사태 전까지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특례상장 기업이 대체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공모 흥행에도 성공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일반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들에 보다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특례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의 IPO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상장 주관사와 계약을 맺고 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일부 비상장 기업 사이에선 상장심사 청구 시점을 조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공모 시장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일부 수익 기회를 놓치더라도 부담스러운 투자는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시장 분위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당분간은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눈높이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