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캐나다도 美 부동산서 발뺀다…"차라리 주식"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9.04 13:53
글자크기

2분기 해외 투자자 미 부동산 매각 규모, 매입 규모 6년 만에 역전…유동성 높은 주식·채권 수요는 올라

미국 뉴욕시. /사진=AFP.미국 뉴욕시. /사진=AFP.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불황에 대비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성 높은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바꾸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지난 2분기 매각한 미국 부동산 규모는 134억달러였다. 매입규모는 126억달러로, 매각 규모가 매입보다 많아진 것은 2013년 이래 처음이다.



미중무역전쟁 이래 미 부동산을 꾸준히 팔아온 중국 투자자들에 이어,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투자자들이 매각에 나서면서 역전됐다.

지난 2분기 미 부동산을 가장 많이 매각한 해외 투자자는 캐나다 회사다. 퀘벡 주립 예금보험 및 투자신탁공사(CDPQ) 산하 부동산 담당 부서인 아이반호 캠브리지가 뉴욕 맨해튼과 시애틀에서 각각 건물 한 곳씩, 총 220억달러에 매각했다.



싱가포르 최대물류기업인 GLP도 6월 미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에 자사 미국 창고 포트폴리오를 187억달러에 넘겼다. 이는 민간 부동산 거래 사상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부펀드, 연금기금 등 해외 투자자들은 수십 년간 안정성과 유동성이 좋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왔다"면서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수요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롭스앤그레이의 매트 포슈마 자산운용 파트너도 "미국 부동산 가격은 고점에 가깝다"면서 "3~5년 후에는 지금보다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강달러 기조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미 부동산 가격도 자연스레 상승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보기 위해 매각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반면 해외투자자들의 다른 미국 자산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해외 투자자들이 매입한 미 주식·채권의 규모는 640억달러로, 지난해 8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며 미 10년물 금리는 이날 3년 만에 최저치인 1.469%를 나타내기도 했다.

WSJ는 "주식과 채권은 (부동산에 비해) 매매가 편하다"면서 "불황이 닥치면 부동산은 매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에 대비해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을 정리하고 유동성이 높은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