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곳간' 빈 아르헨티나, 달러매수 막는다…또 자본통제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9.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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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가치급락에 국가디폴트 위험…달러매수 제한 등 외화유출 막기 안간힘
2015년 자본통제 끝냈던 마크리 대통령…예비선거 패배에 '親시장 정책' 포기

외환위기로 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사진=로이터외환위기로 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사진=로이터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몰린 아르헨티나 정부가 결국 '자본규제' 카드를 또 빼 들었다. 비어가는 외화 곳간을 채우고 페소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달러 매수를 제한하는 등의 강경책이다. 지난달 대선 예비선거에서 큰 표 차로 패배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친(親)시장 정책을 포기한 셈이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BCRA)은 1일(현지시간) 대두나 옥수수 같은 곡물 수출기업이 외화로 대금을 받으면 5일 안에 국내로 송금하고, 외환시장에서 기관이 달러를 매수하는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의 자본통제 조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BCRA는 개인의 달러 매수도 월 1만달러(약 1214만원)로 제한했다.



BCRA가 자본통제에 나선 이유는 아르헨티나 외환위기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11일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마크리 대통령이 좌파 성향의 아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에게 몰패하면서 페소화 가치가 몇 주 만에 25% 이상 폭락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28일 만기가 도래한 단기국채 만기를 연장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 채무 상환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아르헨티나 국채 신용등급을 'B마이너스(-)'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낮추면서 29~30일 이틀간 아르헨티나 외화보유액이 30억달러(3조6500억원) 감소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순(net)외화보유액은 150억달러(약 18조원) 미만으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몇 주 안에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통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0월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정부는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달러 매수를 제한했다. 2012년에는 외국에서의 신용카드 사용까지 규제했다. 그러나 2015년 대선에서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해 12월 자본통제도 막을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본통제 재개는 자유경제를 공약으로 당선된 마크리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다음 달 대선에서 패배 가능성이 높아진 마크리 대통령이 투자자 신뢰 회복 노력을 포기하고 대신 한때 그가 비판하던 (좌파 성향의) 전임자가 추진하던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다음 달 27일 치러진다. 이때 단독으로 45% 이상 득표하거나, 2위 후보와 10%포인트 차이로 4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1월 24일 득표율 상위 두 명의 후보의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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