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도?" 친일파 교가 부르는 서울 학교 113곳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9.08.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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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중학교 첫 교가 교체 추진… 경례·담임 등 용어도 일제 잔재

서울 구로중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가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이 교가 작곡가가 친일파인 이흥렬이란 사실이 알려져서다. /사진=구로중학교 홈페이지 서울 구로중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가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이 교가 작곡가가 친일파인 이흥렬이란 사실이 알려져서다. /사진=구로중학교 홈페이지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4년이 흘렀지만 학교에는 일제강점기와 친일파의 흔적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에 따르면 이 단체가 올 2월 발표한 '친일파 작곡가의 교가가 남아있는 학교' 113곳 중 구로중학교가 처음으로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구로중학교 기존 교가의 작곡가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씨다. 이 작곡가의 대표곡으로는 동요 '섬집아기', 군가 '진짜사나이' 등이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올초 전교조의 발표 이후 구로중에서 자체적으로 교가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최근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안건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구로중 사례가 전부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의 친일행각과 이들의 노래를 교가로 사용한 학교 명단 등을 유튜브로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3곳과 중학교 3곳, 고등학교 4곳 등 총 10개 학교에서 교가 교체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들은 모두 친일파로 알려진 작곡가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앞서 전북중등음악교육연구회는 도내 초·중·고교의 교가를 수집·분석한 결과 총 25개교에서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했다.

경남교육청 역시 친일 경력의 현제명과 조두남이 작곡한 곡을 교가로 쓰는 학교가 4곳, 최남선 작사 곡을 교가로 쓰는 곳이 1곳 있었다며 구성원 합의를 통해 교체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청은 지난달 24일 친일 작곡가의 교가를 사용하는 대학교에 교가 교체 협조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광주시는 광주교육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광주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친일 작곡가의 교가를 사용하는 14개 중·고교의 교가 교체를 광주시교육청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서영대, 호남대가 친일 작곡가 교가 교체를 검토 중이다.

교가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의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국기가 교실 중앙에 액자형태로 걸려있는 구도라든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학생의 학년이 바뀔 때 열리는 '진급사정회' 등의 용어는 일본 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 또는 조경물로 둔 학교나 일제강점기에 교장을 지낸 일본인 사진이 전시된 학교, 졸업사진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가 포함된 학교 등도 있었다.

이런 문화를 바꾸는 데는 일정 부분 예산이 필요하므로 관할 교육청 등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 일부 학교가 일본 군국주의 상징을 교표로 쓰고 있는 학교 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담임, 교감, 각종 상장(개근상·정근상·표창장), 차렷, 경례, 교문지도, 군대식 거수경례, 애국 조회, 조회대, 주번제 등 일본강점기 때부터 사용되는 용어가 다수 남아 있다"며 "교육청이 학교 내 일제 잔재를 전수조사하고 청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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