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발표 여진이 이어진 2일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꼬집은 얘기였다. 그는 "일단 화학물질의 종류에서부터 몇몇 업체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며 "꾸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급소를 찔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금이라도 소재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에 대한 경고가 지속됐지만 산업구조와 인력 등을 핑계로 외면해온 결과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밝힌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리지스트가 대표적인 수입 의존 품목이다.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 스텔라와 모리타가 전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만든다. 국내에서 솔브레인이나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만드는 에칭가스도 원재료를 일본에서 수입, 정제해 만드는 제품이다.
화학업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소재 화학물질을 개발하기엔 그동안 여력이 부족했다는 고백이 나온다. 화학업체 대부분이 당장 돈이 되는 범용제품에 집중해 성장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를 개발해 일본 수준의 노하우를 쌓는 것은 제약업체가 수천억원을 들여 신약을 개발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렇게 해서 개발한다고 해도 품질이나 커리어 면에서 판매가 보장되는 게 아닌데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할 기업이 나올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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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면 국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더라도 위기 국면에 대응할만한 힘은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 생태계 구축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준의 노하우를 쌓으려면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활발한 협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힘을 모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