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학 다니던 호주인 실종... '제 2의 웜비어' 사건?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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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초부터 행방 확인 안돼… 지난해 입학, 2013년부터 북한전문 여행사도 운영

알렉 시글리가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알렉 시글리 페이스북알렉 시글리가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알렉 시글리 페이스북


북한에서 유학하던 호주 남성의 행방이 이번주 초부터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호주 공영 ABC방송은 평양에 거주하던 호주 남성 알렉 시글리(29)가 지난 24일 이후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글리가 24일 밤이나 25일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호주 당국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호주 외교부는 해당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서두르고 있으며 가족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등 영사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절한 지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주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아,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제한적인 영사 지원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시글리는 북한에 사는 유일한 호주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국문학) 석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다. 시글리는 지난해 평양에서 일본인 출신 여성과 결혼했지만 부인은 현재 북한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글리는 2013년부터 '통일투어'라는 소규모 북한 전문 여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평양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북한을 소개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발레 공연을 봤다"는 블로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글리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24일 게시물이 마지막으로 올라와 있다.



알렉 시글리가 24일 마지막으로 남긴 페이스북 게시물. 평양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과 함께 "개업날이 다가오고 있는가?" 라고 썼다. /사진=알렉 시글리 페이스북알렉 시글리가 24일 마지막으로 남긴 페이스북 게시물. 평양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과 함께 "개업날이 다가오고 있는가?" 라고 썼다. /사진=알렉 시글리 페이스북
시글리는 중국 전문가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는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국립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올초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북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학생들과 한 교류는 정말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며 "그들은 세뇌된 사람들에 대해 가진 내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고 설명했다.

시글리는 그간 북한은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호주 ABC방송에서 "세계 어디에도 북한 같은 나라는 없다"며 "북한을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내 여행사의 관광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에서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호주인 기독교 선교사 존 쇼트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보름 만에 풀려났다. 또 2016년 1월에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이듬해 6월까지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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