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도 삭제…중국, 홍콩 시위 검열 '총력'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6.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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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위챗·바이두 등에서 홍콩 시위 관련 소식 삭제…‘임을 위한 행진곡’은 현재까진 검색가능

텐센트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QQ.' 홍콩 시위대가 부른 레미제라블의 시위곡을 검색하면 "해당 노래가 삭제됐다"고 나온다.   /사진=텐센트.텐센트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QQ.' 홍콩 시위대가 부른 레미제라블의 시위곡을 검색하면 "해당 노래가 삭제됐다"고 나온다. /사진=텐센트.


전 세계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주목하는 가운데 정작 중국인들은 홍콩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련 뉴스는 물론 시위 도중 불린 노래마저 음원 플랫폼에서 삭제하는 등 검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는 지난주 시위가 시작된 이래 홍콩 시위 관련 소식을 전면 차단했다. 홍콩을 검색하면 중국 관영지가 미국과 외세의 시위 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들만 나오고 있다.



위챗, 바이두 등 다른 SNS에서 홍콩을 검색해도 시위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본토 밖에서 홍콩 시위 관련 게시글을 올릴 수는 있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볼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텐센트는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시위곡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삭제했다. 홍콩 시위대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부터 이 노래를 시위곡으로 써왔으며, 이번 '검은 대행진' 시위에서도 제창했다. 지난 주말 유튜브를 통해 시위현장에서 불려졌던 것으로 알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현지명은 우산행진곡)은 아직 검색 검열 대상까지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보에서 삭제된 내용을 보관해 기록하는 인터넷 사이트 '프리웨이보'에서는 홍콩, 송환법, 시위, 시진핑 등이 최다 검색어로 올랐다.

중국 검열당국은 또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완전히 차단하기도 했다. 그동안 접속이 가능했던 영미 언론 워싱턴포스트, NBC, 가디언 등도 접속이 막혔다. 한국 네이버, 다음도 차단했다가 전날인 17일 네이버에 한해 접속을 허가했다.
17일 중국일보는 "홍콩의 부모들이 미국 정치인들의 '송환법' 내정간섭 중단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진=트위터.17일 중국일보는 "홍콩의 부모들이 미국 정치인들의 '송환법' 내정간섭 중단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진=트위터.
블룸버그는 "홍콩에서 수백만 명이 시위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만리방화벽(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에서는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위 관련 소식과 사진이 전면 삭제된 반면 중국 관영지들은 미국이 시위에 개입했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전날인 17일 칼럼을 통해 미국이 미중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홍콩 시위에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이 '홍콩 카드'를 활용해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재고하기 바란다"면서 "홍콩의 폭동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오히려 완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중국 언론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중국일보는 17일 홍콩의 부모들이 미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송환법은 수많은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외세에 의해)조작된 급진주의에 심취한 시위대가 홍콩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침례대학의 청조위 교수는 "이같은 보도는 국내용"이라면서 "모든 정보를 검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중국 독자들을 위한 당국의 공식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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