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美, 빅딜서 한발 물러나…한미회담 전 북미 접점 찾아야"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6.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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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6.12 1주년]③"하노이 때 보다 진전된 접점 찾을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학술회의, 신한반도체제의 비전과 과제'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24.    misocamera@newsis.com【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학술회의, 신한반도체제의 비전과 과제'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24. [email protected]


“미국의 입장이 조금 변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과 연결시킬 수 있는 중재안을 6월 한미정상회담 전 빨리 만들어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대화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6.12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 흐른 1년의 기간을 “반년은 희망에 들떠 있었고 반년은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속에 산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열린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북한에 대한 미국 실무관료들의 선입관에서 비롯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오랜 선입관이 선(先)비핵화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합의 불발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선비핵화 논의를 지난해 10월까지 고집하다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며 “지난해 9.19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화 동력이 다시 살아나 하노이 회담이 열리게 됐지만 이 회담마저 미 실무관료들의 선입관 때문에 판이 깨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 전 장관은 "올해 4월을 넘기면서 반전의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고 평가했가. 특히 미국이 하노이 회담 당시까지 고수했던 이른바 ‘빅딜’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미국 국무부 측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사용한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란 표현이 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목표(비핵화·관계개선·평화체제 등)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이 좀 더 유연한 기조를 취할 가능성을 드러낸 발언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정 전 장관도 이 발언을 가리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이 주장해 온 빅딜과 조금 다른 얘기”라며 “미국이 ‘빅딜론’에서는 물러났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6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 제시했던 빅딜 보다는 진전된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북핵 문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러한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림을 그려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맞아 (미 국무부가 밝힌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대비) 한 발 더 나아간 기조의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 올해 가을에 접어들며 북미 모두 협상에 나설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 '업적'을 만들 필요가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협상에 속도를 낼 동기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런 배경 속에 그는 "이달 말까지는 북미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가 나오도록 우리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며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회를 잘 살려 다음 달에라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게 문재인 대통령이 조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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