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압박 수위 높이는 '서른 살 전교조'…"법외노조 취소"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5.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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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들 "지위회복 시켜야" 가세…정부 "대법원 판결 지켜봐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오는 25일 '전교조 창립 30주년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앞두고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진보성향 시도교육감들도 '전교조 법률지위 회복'을 주장하며 가세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교조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교사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는 "정부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를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교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외노조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직권취소…28일까지 수용 안 되면 대정부투쟁"=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 9명이 전교조에 속해 있다고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전교조가 이를 거부하자 고용부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통보했고 이에 반발한 전교조는 소송을 냈다.

교원노조법(2조)에 노조 대상은 초·중·고교 교사 등 초중등교육법(19조)에서 정하는 교원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1989년 해직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전교조에는 현직에 있지 않은 구성원들이 포함돼 있었다. 법원도 1·2심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분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전국참교육동지회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전교조 제공전국참교육동지회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전교조 제공


그러나 전교조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와 관련해 목소리를 더 높이는 모습이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돌입함과 동시에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오는 28일까지 정부가 전교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교육계에서는 전교조가 다음 달 10일 문 대통령이 ILO 100주년 총회에 초청받을 것을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ILO는 그간 전교조의 '법외노조'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한국 정부에 철회를 요청했다. ILO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는 해직자도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교조는 해직자를 가입시켰다는 이유로 이뤄진 법외노조 통보가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진보교육감 "전교조 법률지위 회복" 촉구…정부 "대법원 판결 지켜봐야" =진보성향 시도교육감들도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에 가세했다. 이들 교육감들은 지난 22일 울산현대호텔에서 '5월 시도교육감회의를' 열어 전교조의 법률적 지위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 교육감들은 "실업자나 해고자도 노조 결성과 파업이 가능한 ILO 핵심협약에 따라 해직자를 받아들여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교조를 다시 노조로 인정해 달라"며 정부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교육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전교조가 토론·참여의 장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진보성향 시도교육감들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전교조 합법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지난 달에는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의 법률지위 회복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법 개정과 국회 비준 동의 등의 절차가 단시간 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과는 별개로 일단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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