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몰라도 배달 '아프리카판 아마존', 월가를 강타하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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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첫 유니콘, 뉴욕증시 상장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76% ↑
아프리카 전자상거래 급성장 중
주요 주주·경영자 모두 유럽계
"토종 기업 여부 놓고" 논란

/사진=주미아 제공/사진=주미아 제공


'아프리카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업체 주미아(Jumia)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 상장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회사 주식 17.6%를 주당 14.50달러(공모가)에 판매했다. 주미아는 이를 통해 1억9600만달러(약 2220억원)를 조달하며 추가 성장을 위한 실탄을 손에 쥐었다. 기업가치도 10억달러(약 1조1330억원)를 훨쩍 넘겼다. 아프리카 최초로 월가에서 거래되는 스타트업이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된 것이다. 폭스비즈니스는 "아프리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주당 18.95달러로 첫날 거래를 시작한 주미아 주가는 초반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공모가 대비 76% 급등한 25.46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뉴욕증시에 상장한 전통의 의류회사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리프트(Lyft)의 첫 거래 성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주미아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샤샤 포이뉴넥은 폭스비즈니스에 "우리는 전자상거래가 꼭 들어맞는 거대한 대륙에서 사업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아프리카와 우리의 사업 모델 그리고 경영진의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했다.



2012년 나이지리아 출신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문인 툰데 킨데와 라파엘 아프에도르가 설립한 주미아는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400만명의 활성사용자와 8만 곳의 판매상을 확보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낙후된 인프라와 빈곤, 높은 문맹률 등의 이유로 전자상거래가 여전히 전체 소매판매의 1% 불과한 아프리카에서 이뤄낸 성과다. 현재는 나이지리아를 넘어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이집트, 아이보리 코스트, 케냐, 가나 등 아프리카 14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내용도 가전과 의류 등 제품 판매, 호텔 및 항공 예약, 음식 주문 등으로 다양해졌다. 케냐에서는 프랑스계 대형 할인점 까르푸와의 협업으로 상품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미아의 강점은 열악한 현지 사정에 맞춰 서비스를 특화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유선 네트워크 대신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많은 점을 고려해 모바일 판매에 주력하고,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재빨리 도입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배달이 힘든 곳에서는 주문자가 택배 배달원과 만날 장소를 적도록 했다. "ㅇㅇ병원 지나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두 번째 파란 대문집"이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배달원이 도착하면 주문자는 그 자리에서 받은 물건을 확인하고 모바일 결제를 통해 값을 치른다. 주미아의 방식은 위조지폐나 사기가 많은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거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주미아는 지난해 1억4730만달러(약 1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해 전보다 40% 급증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창업 후 지금까지 누적적자 규모가 10억달러에 이른다. 초기 투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포이뉴넥 CEO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상장 후 6년 동안이나 흑자를 내지 못했다"며 "미국에서는 25년 전에 이미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아프리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17년 165억달러(약 18조7000억원)에 달했으며, 2022년에는 290달러(약 32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주미아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보편화한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주미아가 월가에 진출한 날 세계적인 물류회사 DHL이 아프리카 11개국에서 미국과 영국 유통업체 200곳의 물건을 직접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미아를 아프리카 스타트업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주미아의 최대 주주는 지분 29.7%를 보유한 최대 주주는 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회사 MTN이지만, 2대 주주인 독일의 벤처캐피탈 업체 로켓인터넷을 포함한 나머지 주요 주주는 모두 유럽계 회사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공동 창업자도 2015년 모두 회사를 떠났으며, 현재 두 명의 공동 CEO는 모두 프랑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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